여당인 한나라당은 내달 11~12일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치안유지를 위해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토록 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 일부에선 박희태 국회의장을 통한 본회의 직권상정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은 “정부·여당이 G20회의를 빌미로 집시법을 ‘개악’, 국민의 기본권 제약하려 한다”며 법 개정을 막기 위한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각오여서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기왕 유치한 만큼 G20회의를 잘 치러야겠지만, 회의 한 번 하자고 악법을 밀어붙이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법 개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때도 그랬지만, ‘폴리스 라인’만 탄력적으로 운용해도 치안유지엔 문제가 없다”면서 “야간집회 허용 뒤에도 큰 부작용이 없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가 작년 9월 기존 집시법의 ‘일몰 후~일출 전’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뒤 대체입법이 마련되지 않아 올 7월부터 야간집회가 사실상 허용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이미 시행 중인 ‘G20정상회의 경호안전 특별법’만으로도 G20회의의 경호·치안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쓸데없이 물리적 충돌을 일으켜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끝까지 거부할 경우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 등과 공조, 법 개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황. 한나라당은 지난 12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을 통해 집시법 개정안의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 방침을 민주당에 통보했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G20회의 기간 각종 단체가 자신들의 이익이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집회·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과격시위로 변질될 경우 회의 운영 차질은 물론, 국가 이미지 손상까지 우려된다”며 민주당 등 야당에 법 개정에 협조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가 집시법 문제에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여전히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들어 “물밑접촉을 통해 다른 정치현안과의 ‘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집시법 문제와 관련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이미 개헌특위와의 4대강 특위 구성의 ‘빅딜’설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터여서 '물밑접촉'이 이뤄지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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