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느 병원 못지않게 깔끔한 시설을 갖춘 이 병원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고맙다”는 인사로 치료비를 대신한다.
병원 관계자는 "돈이 없다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지 않으냐"며 "환자 중 60%가량이 20콰차(한화 약 160원)의 초진료만 내고 이후에는 무료로 치료를 받는다"고 설명해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진다.
말라위는 인구 1천300만명의 절반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최빈국이다보니 치료비를 제대로 낼 형편의 환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사재를 털어 말라위에 사실상의 ‘무료 병원’을 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말라위 정부로부터 불하받은 100만평의 부지에 들어선 병원은 160개 병상을 갖추고 의사 4명과 보조원 10명, 간호사 45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대사관이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를 지원키로 하는 등 외부의 도움이 간헐적으로 이어지고는 있지만 병원 운영은 온전히 정 회장의 몫이다. 정 회장은 병원 운영비로 매월 수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 병원 부지에 3년제 간호대학을 건립하는 등 나눔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날 열린 간호대학 개교식에는 빙구 와 무타리카 말라위 대통령이 직접 참석, 감사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간호대학에 이어 의과대학과 농과대학을 설립, 말라위의 자립 기반을 다지는데 일조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말라위와 같은 최빈국이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국민 보건과 농업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정 회장의 철학이라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정 회장은 이런 선행을 베푸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산이 있으니 오르는 것"이라면서 "단지 도움이 필요하니까 도움을 주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거듭된 인터뷰 요청을 극구 사양하면서 한마디 뱉은 말이다.
말라위 한인회장 조용덕(여)씨는 "정 회장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을 100% 실천하는 분"이라면서 "정 회장이 그간 병원과 간호대학 건립을 위해 들인 돈이 얼마인지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도인 정 회장은 행정고시 10회 출신의 전직 관료로, 15년간 주로 교통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다가 퇴직한 뒤 1993년 전문 벌크선사인 대양상선을 창업, 직원 100명에 매출 1조원의 알짜 기업으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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