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포괄적인 가상자산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며 글로벌 디지털 자산 허브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베트남은 호득퍽 부총리가 9일 서명한 정부 결의안 제05호가 발효되면서 5년간 가상자산 시장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이번 결의안은 가상자산의 발행부터 거래, 서비스 제공, 국가 관리 체계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정책으로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블록체인 허브로 자리매김시키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9일(현지시각) 베트남 매체 청년신문에 따르면, 이번 시범 운영은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 회사, 가상자산 발행 주체, 베트남 내 회사 및 직원, 그리고 베트남 가상자산 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 회사 및 직원을 포괄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가상자산 공개 및 발행이 허용되며, 외국인 투자자 간 거래만 가능하다는 제한을 두었다는 것이다. 모든 가상자산 거래는 베트남 동(VND)으로만 진행되어야 하며, 가상자산 관련 세금은 현행 증권 세금 규정을 준용한다.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연계성을 확보하면서도 새로운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도입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은 공시 정보의 정확성, 정직성, 완전성, 시의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 가상자산을 공개하거나 발행하기 최소 15일 전에는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가상자산을 발행하려는 회사는 반드시 베트남 기업법에 따라 등록된 유한책임회사 또는 주식회사여야 하며, 가상자산은 실물 기반 자산(증권 및 법정화폐 제외)을 바탕으로만 발행 가능하다는 제한도 두었다.
◆ 엄격한 진입 규제와 자본 요건
가상자산 거래 시장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회사는 보다 까다로운 조건이 적용된다. 최소 자본금은 10조동(약 4억 달러) 이상을 베트남 동으로 납입해야 하며, 자본금의 최소 65%는 법인 조직이 출자해야 한다. 이 중 35% 이상은 2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분담해야 하는데, 상업은행, 증권사, 펀드 운용사, 보험사 또는 기술 기업이 해당된다. 외국인 지분은 전체 자본금의 49% 이하로 제한되며, 출자 조직은 면허 신청 연도 기준 직전 2년간 흑자를 기록하고 회계 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아야 한다는 재무 건전성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베트남 정부는 첫 번째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 회사에게 허가 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었다. 이후 무허가 기관을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투자자에게는 위반 정도에 따라 행정 처분이나 형사 처벌이 가해질 수 있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규제 준수를 유도하려는 신중한 정책 설계로 볼 수 있다.
베트남의 이번 조치는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아시아 가상자산 허브 경쟁에 본격 참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베트남은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인 애널리시스 평가에서 2년 연속 글로벌 가상자산 채택 순위 1위를 기록할 만큼 높은 시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결의안은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 잡힌 접근법을 보여준다. 외국인에게만 발행을 허용하면서도 베트남 기업의 발행권을 보장하고, 엄격한 자본 요건을 통해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돋보인다.
아울러 국제 기업 간 협력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최근 베트남 국영 밀리터리뱅크와 손잡고 현지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두나무는 밀리터리뱅크의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며 거래소 설립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관련 제도 정비와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은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과 맞물려 현지 가상자산 생태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시범 기간 종료 후에도 관련 법률이 개정되거나 대체되기 전까지는 이 결의안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이 지속 운영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베트남 가상자산 시장의 장기적 운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이번 베트남의 조치로 동남아시아 각국의 가상자산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와 단계적 시장 개방 전략은 다른 신흥국들에게 중요한 정책적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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