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1938년 12월 1일 열차가 독일 벤트하임의 기차 역에 멈춰 서자 유대인 청년 노르베르트 볼하임(당시 25세)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는 베를린 고아원에서 빼내온 유대인 고아 196명과 함께 네덜란드로 가던 중이었다. 열차가 국경을 넘어 네덜란드에 도착하면 아이들을 배에 태워 영국으로 피신시킬 작정이었다.
'세관원들이겠지. 아이들은 안전할거야’내심 위로하지만 열차에 올라탄 것은 세관원들이 아니라 나치 친위대원들이었다.
아이들이 탄 객차에 오른 친위대원들은 난폭하게 아이들의 짐을 수색했고 수색이 길어지자 철도회사 측은 아이들이 탄 두 칸의 객차를 열차에서 분리시킨 뒤 나머지 승객들이 탄 열차를 우선 출발시켰다.
네덜란드에서 아이들을 마중나와 있던 네덜란드 여성 트뤼스 바이즈뮬러-마이어는 아이들이 제시간에 오지 않자 곧장 벤트하임으로 갔다. 그녀는 친위대원들에게 거세게 항의했고, 그녀의 당당한 기세에 움찔한 친위대원들은 객차에서 내렸다. 아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영국행 여객선을 탈 수 있었고 다음날 아침 영국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 아이들은 이른바 유대인 어린이 구출 작전 '킨더트랜스포트'를 통해 나치의 손아귀에서 탈출한 첫 번째 아이들이었다. 1938년부터 1939년까지 킨더트랜스포트를 통해 목숨을 구한 유대인 아이들은 1만 명에 이른다. 이는 볼하임과 마이어 같은 일반인들의 목숨을 건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간 '2차대전의 숨은 영웅들'(플래닛미디어 펴냄)은 킨더트랜스포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비롯해 유대인들이 중립국으로 피신할 수 있도록 비자를 발급한 외교관들, 불시착한 연합군 조종사들을 구해준 세르비아 농민과 중국 어부 등 2차 세계대전 당시 타인을 위해 생명의 위험까지 무릅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 토머스 크로웰은 이들이야말로 2차대전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우리는 반드시 이들을 기억해야만 한다"면서 "무자비한 잔혹극이 펼쳐지던 시대에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거나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다. 그들이 전혀 생면부지인 타인을 구조했다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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