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FSB 총회?'···금융위·경찰·코엑스 모두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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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3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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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지난 10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6차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가 열렸다. 이 회의에는 주요 24개국 52개 기관 및 금융관련 국제기구들의 중앙은행·금융정책·감독당국 최고 책임자가 참석했다.

지난달 22~23일 경주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11~12일 개최될 G20정상회의에 보고될 새 금융감독 시스템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한국이 FSB 총회와 같은 대형 국제 행사를 유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서구 선진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금융시스템 재편 논의에서 한국이 중심에 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정부와 관계 기관의 준비는 한참 부족했고, 별다른 관심도 없어보였다.

이날 코엑스를 찾은 기자는 FSB 기자회견장을 찾기 코엑스 안내원에게 길을 묻자 "오늘 그런 회의는 열리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안내원이 가진 코엑스 행사 일정표를 확인하자 목록 가장 위에 'FSB 총회 및 기자회견'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 안내원은 이날 코엑스에서 어떤 중요 행사가 열리는지 전혀 모르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 코엑스 주변을 지키던 수 많은 경찰들도 FSB 총회 개최 여부를 몰랐다. 또 이들은 불친절하기까지 해 외국 손님들에 나쁜 인상을 심어주지는 않을까 걱정부터 됐다.

아셈타워쪽 출구에서 경비를 서던 지역경비대 소속 한 경위는 행사 진행과 비표 배포소를 묻는 질문에 "모른다" "저쪽 가서 물어보라"며 퉁명스레 답했다.

이날 FSB 총회를 주관한 금융위 직원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입장 등록을 위해 비표 배포소에 있던 금융위 직원들에게 말을 건네자 "우리는 모른다" "비표를 갖고 있는 직원들이 오고 있다"고 했다.

기자가 코엑스 입구부터 행사장 안까지 300미터 정도의 거리를 찾아 들어오는데 총 6명의 직원에게 길을 물었으나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행사장을 알리는 작은 안내 표지판도 조차 찾을 수 없었다. 냇가에서 숭늉만 찾은 셈이다.

정부는 G20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 및 각종 국제행사 개최에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관계 당국 및 기관의 행사 준비 상태는 낙제점이었다.

G20 정상회의가 이제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G20은 단군이래 처음으로 세계경제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의미있는 행사이다.

하지만 정부는 막연한 자신감 속에 G20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이제는 홍보가 아닌 실력으로 이를 입증할 때이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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