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사정당국이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비리 의혹이 있는 기업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권력형 비리 수사의 야전사령부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C&그룹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대기업 2~3곳의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이 중 한 곳은 해외에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일부를 정치권과 공무원들에게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검 중수부가 1년 6개월만에 직접 수사에 나선 것은 대기업과 정관계 사정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대검 중수부는 이날 C&그룹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중수부는 이날 오전 7시께 서울 장교동 C&그룹 본사와 계열사로 검사와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자료를 확보했다.
또 이날 오전 10시 45분께는 대구의 C&우방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가 회계 및 재무 관련 서류 2박스 가량을 압수했다.
C&그룹은 주식회사 C&해운과 C&상선, 주식회사 C&우방 등 41개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참여정부 시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그러나 2008년 11월 핵심 계열사인 C&중공업이 국제적인 조선경기 침체로 부실화하면서 C&우방 등과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중수부는 C&그룹이 상장폐지된 기업이나 부도난 업체들을 인수하면서 각종 비리와 불법행위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부는 C&그룹 외에도 재계 서열 10위권 내 대기업의 계열사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서부지검의 한화·태광 그룹의 비자금 조성 수사와 비교할 때 더 큰 기업을 겨냥한 중수부의 수사는 한층 배가된 파급력을 보일 전망이다.
이번 중수부의 수사는 대기업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 등 권력형 비리척결에 방점이 찍혔다.
중수부는 이미 대기업 중 한 곳이 해외에 불법 비자금을 조성, 그 중 일부를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단서를 잡은 상태다.
대검은 올해 들어 국제협력단 산하에 ‘국제자금추적팀’을 신설하는 등 해외 비자금 수사 준비를 꾸준히 해온 터라 향후 수사는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수부는 지난해 5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벌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수사를 중단했다. 이후 지난 8월 김준규 총장 취임 1년을 맞아 중수부에 ‘특수수사통’ 검사들을 전면 배치하며 수사 체제로 전환하고 기업 비리 첩보를 파악하는 활동을 해왔다.
한편 태광그룹 이호진(48)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이날 이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상무는 아들인 이 회장이 예금, 차명주식 등의 형태로 보유한 비자금 수천억원을 측근들과 함께 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상무가 고(故) 이임용 선대회장 때부터 그룹 자금 관리를 맡아온 만큼 비자금 내역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법원에 세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최근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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