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환율전쟁, 경주서 극적 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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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2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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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날로 격해지던 환율전쟁이 경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극적인 타협을 이루면서 휴전에 들어갔다.

G20 회원국들은 23일 발표한 코뮈니케에서 글로벌 무역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경상수지 관리 목표를 정하고 '시장 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절하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미국과 중국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무역전쟁까지 우려됐던 최근 상황은 일단락됐으며 G20이 세계경제 협력의 '프리미어 포럼'(Premier Forum)으로 자리 매김에 성공했고 한국도 의장국으로서 큰 역할을 해냈다.

다만 이번 경주 코뮈니케에 담긴 내용만으로는 단기적이고 실행력을 담보한 방안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태다.

◇환율전쟁 일단락..의장국 중재 성공

글로벌 환율전쟁이 의장국인 한국의 중재안을 바탕으로 G20 장관회의에서 극적으로 합의를 이뤄내 각국이 앞다퉈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최근의 사태는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부터 환율 논쟁이 격화되자 한국 정부는 토의를 거쳐 환율 문제만을 다루면 중국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경상수지 목표 관리 방안을 고안해냈다.

G20정상회의 준비위 관계자는 "경상수지 폭을 두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국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추구하는 방식을 미국과 중국에 제안했다"며 "미국은 수량으로 폭을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가이드라인으로 하자고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유럽과 중국 등과 미리 합의를 거쳐 국제통화기금(IMF)이 모니터링하는 방안을 더해 G20 테이블에 올렸다.

이 방안에 대해 중국은 수용했지만 무역흑자국인 독일이 특정 수준을 정하는 것에 대해 반발했고 G20 장관들은 이틀 동안의 열띤 논의 끝에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또 '예시적인 가이드라인'에 의거해 큰 폭의 불균형이 지속된다고 평가될 경우 IMF가 이를 모니터링하는 방안도 담아냈다.

아울러 이번 합의는 브레튼우즈 체제에 없었던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책임을 최초로 부여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중국도 겉으로는 환율 문제를 다자협의체에서 논의하는 것에 대해 반발했지만 이미 경상수지 목표를 제시한 바 있어 경주선언은 미국과 중국 모두 승리를 거뒀고 한국은 '허수아비 의장국'이 아님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는 지난 10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앞으로 3~5년 동안 경상수지 흑자를 GDP의 4% 이하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이번 경주선언에서는 환율에 대한 언급이 과거에 비해 다소 진일보했다.

지난 6월 토론토 정상선언에서는 환율과 관련해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시장지향적인 환율은 세계경제의 안정에 기여한다"고 언급했으나 경주 선언에서는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하자"고 나아간 것.

이에 따라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금융체제 개혁을 논의하려는 한국 측 바람과 달리 환율을 둘러싼 '주먹다짐'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고한 것과 달리 환율갈등을 봉합하는 성과를 거둬 G20은 국제공조의 최상위 협의체로서의 지위를 이어가게 됐다.

◇통화절하 경쟁 약화 전망..구속력은 의문

G20에서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최근 각국이 앞다퉈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쟁은 약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움직임은 단순히 경기방어적 목적뿐만 아니라 달러화 절하시키는 수단이 되고 있으며 신흥.개도국들도 이에 대응해서 외환시장 개입과 규제를 내놓으면서 악화 일로를 걷던 상황은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IMF 연차총회에서 환율전쟁 합의에 실패한 모습이었지만 각국이 해결을 위해 준비를 해왔던 것"이라며 "중기적 관점에서 제시했지만 단기간에 합의가 이뤄진 것은 상당한 소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또 "이 정도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면 환율분쟁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상황의 악화를 막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지향적'에서 '시장 결정적'으로 발전된 것이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각국이 금리정책과 달리 외환정책은 공개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정책이 '시장 결정적'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 등 아시아 국가는 상당수가 고정환율체제로 '시장 결정적'이라는 문구 자체가 의미를 갖기 어렵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장 지향적'인 환율이란 시장에 맡기되 필요시 개입하겠다는 뉘앙스지만 '시장 결정적'인 환율이란 시장 개입을 상당히 안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밖에 유로존도 재정수지 기준과 벌칙 등을 뒀지만 최근 재정위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구속력도 없는 G20이 경상수지 목표를 관리하자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만 G20은 이런 약속을 충족하기 위해 IMF에 대외 지속가능성의 진척상황과 재정.통화.금융.구조개혁.환율.기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해 평가하도록 요청하는 보완장치를 뒀다.

미국의 경상적자는 이미 198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된 이슈로 당시 엔화 절상에도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았으며 중국과의 환율 갈등도 뿌리가 깊어 G20 합의가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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