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2일 공개한 미군 기밀 문서 약 40만 건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이라크 전에 관한 기록을 담은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군 역사상 최대 규모로 유출된 이번 문건에는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 규모와 이라크인 수감자들에게 자행된 학대, 이란의 이라크 반군 세력 지원 실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이 공개된 뒤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샌지는 "이라크 전의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자평한 반면, 이라크 인권부는 "이미 알려진 내용들로, 놀라울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간인 사망 =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건에는 이라크 전에서 발생한 사망자 10만9032명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 민간인 사망자는 6만6812명으로 3분의 2에 달했고, 적(반군)은 2만3984명, 이라크 정부군은 1만5196명, 동맹군은 3771명이었다.
문건을 미리 입수해 분석한 시민단체 '이라크 보디 카운트'(IBC)에 따르면 민간인 사망자 중 과거 전혀 공개된 적이 없는 사망자가 1만5000명이었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이라크 민간인은 다른 이라크인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8월31일에는 몇 차례의 공습으로 공포에 휩싸인 군중이 바그다드의 한 다리 위로 몰려들면서 950명이 숨졌고, 2007년 8월14일 시리아 접경지역에서는 트럭 폭탄테러로 민간인 500명 이상이 희생됐다.
2006년 12월에는 조직적인 '분파 청소'로 무려 380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가 지난 7월 공개한 이라크 민간인 및 보안군 사망자 총계는 7만6939명이었는데 이는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수치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수감자 학대 = 문건에는 이라크 군경이 이라크인 수감자에게 자행한 온갖 학대 행위에 대한 보고가 담겨 있다. 미국 당국은 이런 학대 행위에 관한 보고를 받고도 이를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에는 이라크군뿐 아니라 미군이 구금했던 수감자들의 학대 사례도 포함돼 있다고 위키리크스는 밝혔다.
전쟁 수행 6년간 최소 6명의 수감자가 숨졌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구타와 불고문, 채찍질, 감전사, 성폭행 등과 관련한 보고는 수백 건에 달했다.
울부짖는 수감자의 이마에 펜으로 조롱하는 문구를 써 넣어 견책을 받은 군인의 사례도 있었고, 이라크군 장교가 수감자의 손가락을 자른 뒤 그에게 산성용액을 부은 혐의를 받은 사례도 제시됐다.
하지만 미군은 소속 병사들이 수감자 학대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상부 지시가 있을 때까지 조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이라크인의 수감자 학대 사례 대부분을 못 본 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이란의 이라크 반군 지원 = 문건에는 이란 첩보원들이 이라크 내 반군 세력을 훈련시키고 이들에게 무기를 공급하면서 이들을 지휘한다는 미국 측의 우려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언급돼 있다.
보고서는 수감자들의 증언을 인용, 이란이 이라크 무장세력에게 로켓, 차량에 부착할 수 있는 자석 폭탄, 소총, 지대공 미사일 등 갖가지 무기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또 이라크 무장세력이 이란에 가서 저격 및 폭발물 사용 훈련을 받았으며, 이란 혁명수비대의 핵심부대인 쿠드스(Quds)군이 이라크 극단주의자들과 협력해 이라크 관리들을 암살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란은 군사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이라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라크 총선 전 나온 2005년 11월 27일자 보고서는 이라크 정부 내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 대원들이 득세하면서 이라크 정치에 이란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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