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편집국 ) 유실된 것으로 알려진 고(故) 김기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 미국서 발견됐다.
김한상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 방문연구원은 26일 김 감독의 데뷔작 '죽엄의 상자'(1955)를 미국 메릴랜드주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발굴했다고 밝혔다.
'죽엄의 상자'는 최무룡, 강효실이 주연한 반공영화로, 민심을 교란하기 위해 남에서 활동하는 빨치산 대원(노능걸)과 경관(최무룡)의 숨 가쁜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주한 미 공보원 산하 리버티 프로덕션에서 제작했다.
김 연구원은 "해방 이후 국산영화로는 최초로 동시녹음을 시도한 작품이지만 안타깝게도 사운드는 유실된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미지는 남아있어 김 감독의 영화적 실체를 확인하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관련문헌들을 보면 '죽음의 상자' 혹은 '주검의 상자'로 표기돼 있는데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에는 '죽엄의 상자'로 돼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는 유골상자(주검의 상자)와 시한폭탄 상자(죽음의 상자)라는 중의적 의미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다음 달 15일 하버드대학서 열리는 공개발표 행사에서 '냉전과 한국 내셔널시네마의 혼종적 기원: 김기영 감독 데뷔작부터 발굴까지'라는 제하의 논문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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