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沖繩) 나하(那覇)지방재판소는 26일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미군과 일본군 간의 전투 과정에서 숨진 뒤 일방적으로 야스쿠니신사에 봉안된 전몰자의 유족들이 일본 정부와 신사 측을 상대로 낸 합사 취소 및 위자료 50만엔 청구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히라타 나오토(平田直人) 재판장은 판결 이유에서 "신사 측이 무엇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을지는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가치"라며 "전쟁 당시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유족들이 합사에 대해 혐오감을 품는 것은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지만, 유족의 심정을 근거로 법적 구제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합사 탓에 전몰자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가 저하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고, 유족의 종교의 자유를 방해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원고 측 주장을 물리쳤다.
아다니야 쇼이치(安谷屋昌一·71)씨 등 오키나와 전투 당시 숨진 10명의 유족 5명은 야스쿠니신사 측이 1950∼1967년 일방적으로 숨진 가족의 영령을 신사에 합사(合祀)했고, 일본 정부는 신사 측에 전몰자의 성명 등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며 지난 2008년 소송을 냈다.
전몰자 10명 중 6명은 당시 일본군에 의해 피난소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숨진 주부나 만 2세의 남자 아기 등 일반인이었는데도 신사 측은 이들을 모두 '준(準)군속'으로 분류해 합사했다.
유족 측 이케미야기 도시오(池宮城紀夫) 변호사는 판결 후 "전쟁의 피해자인 민간인을 가해자인 군인.군속으로 분류한 것은 역사의 날조이고, 허용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신사 측의 신앙의 자유'를 내세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유족들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한편 일본 법원은 지난해 2월 전몰자 유족들이 오사카지방재판소에 낸 합사 취소소송을 "합사는 야스쿠니신사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기각하는 등 종교의 자유를 내세워 야스쿠니신사의 편을 드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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