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엔 고인들의 넋을 실은 하얀 풍선이 날았다."
17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2002년 러시아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사건 8주기 추모식이 26일 사건 현장인 두브로프카 극장에서 치러졌다고 리아노보스티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날 당시 인질극에서 살아남은 일부 생존자들과 사망자 유족, 시정부 인사 등은 비극의 현장인 모스크바 동남부 두브로프카 지역에 있는 극장을 찾아 희생자들의 사진이 내걸린 추모 제단 앞에 꽃을 바치고 하얀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며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인질극 당시 테러범들과의 협상에 참여했던 원로가수 이오시프 카브존은 추도사에서 "이런 비극이 일어난 데 대해 말할 수 없는 애석함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사고 당시 숨진 한 쌍의 젊은 연인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시정부 대외관계위원회 위원장 대리 알렉산드르 치스챠코프는 "인질극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다"며 "내년에도 그리고 참사 10년이 되는 해에도 추모식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2년 10월23일 러시아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는 체첸 반군이 중무장을 하고 뮤지컬 작품 '노르트-오스트'가 공연되던 두브로프카 극장에 난입해 800명 이상의 관객과 배우 등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사흘 동안의 지루한 대치 끝에 경찰과 특수부대가 인질들이 잡혀 있는 극장 내부로 독가스를 주입하면서 무력 진압을 벌이는 과정에서 인질 128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성 18명을 포함한 테러범 50명 전원도 독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이 사건은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로 기록됐다./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