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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역사 담은 박물관 짓는게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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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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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상사 백중길 대표

   
 
 

보통사람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하며, 제작연도가 한 세대를 뛰어넘는 희귀 차량을 40년 가까이 무려 500대나 모은 수집가가 있어 화제다.

자이언트, 영웅시대,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 인기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하는 차량을 방송사 등에 대여하고 있는 금호상사 대표 백중길(67)씨가 그 주인공이다.

20대였던 1970년대에 자동차 운수업을 하는 아버지 일을 돕다가 한국에서 생산된 차가 하나둘씩 도로에서 사라지는 걸 보고 '내가 저 차를 100대만 모으겠다'며 시작한 일이 40년이나 이어졌다.

백씨는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가 와서 집에 물이 새도 수리는 안하면서 빚을 내서라도 자동차를 사야할 정도로 차 모으기에 '중독'됐다. 1980년대 중반에 150대, 1990년대 중반에 300대, 2000년께 400여대를 모았다"고 말했다.

1970년대 후반 오일 쇼크 여파로 정부에서 차 한대에 50만 원 가량 세금을 물리면서 폐차가 쏟아진 것이 좋은 기회였다.

1960년에 이승만 박사가 타려고 들여온 우리나라 최초의 리무진, 1970년 7월7일 경부고속도로 개통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탔던 '캐딜락 플리트우드 68 리무진'도 그의 수집품 목록에 있다.

국내에 자동차 전문 감정사도 없고 누구한테 차를 팔려고 가격을 매겨본 적도 없어 백씨가 소장한 차량은 돈으로 따지기도 어렵다. 한대 한대를 공 들여 모은 터라 백씨에게는 모두 귀중하고 자식 같지만 특별히 애착이 가는 차는 몇 대가 따로 있단다.

그중 하나는 4년간 틈틈이 대구에 사는 차량 소유주를 찾아가 설득한 끝에 구입한 1960년산 '삼륜차'. 대구에 이 차가 있다는 지인 말을 듣고 무작정 동대구역으로 달려간 백씨는 역 앞 택시기사들에게 삼륜차를 본 적 있는지 물었고 경찰서에도 찾아가 수소문한 끝에 결국 주인을 찾았다.

외제차 수입이 금지됐던 1990년대에 포드에서 만든 1935년산 디럭스 세단이 부산세관에 묶여 있다는 말을 듣고 보훈처 경매에 나온 차를 사려고 십 여 차례 부산을 찾아 결국 손에 넣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애써 모은 차 수십대를 한꺼번에 잃어 속이 타들어간 적도 있다.

1990년쯤 경기도 능곡에 물난리가 나서 3일간 차량 60대가 물에 잠겼던 것. 백씨는 "차를 꺼내서 수리했는데 쓸 수가 없었다. 차 60대를 통틀어 당시 보상금이 150만원 나왔는데 갖다 버리는 돈도 안나왔다"고 떠올렸다.

애써 수집한 차들은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 백씨는 현재 경기도 남양주 2곳에 부지를 얻고 가건물을 지어 100대, 400대씩 나눠서 보관하고 있다.

어느덧 60대 후반이 된 백씨의 조그만 소망은 도시 변두리에 땅을 마련해 '자동차 역사박물관'을 만드는 것. 다만 건물 짓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사둔 땅도 너무 좁아 걱정이라고 한다.

백씨는 "벤츠, 도요타는 수십 년에 걸쳐서 나온 시리즈를 거의 다 모았고 1990년대까지 한국에 들어와서 굴렀던 차 중에 의미 있는 차들은 거의 다 갖고 있다. 우리 자동차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동차 역사관을 꼭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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