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시스템을 네가티브 방식으로 바꾼다고 한다. 안되는 것 몇 가지 정의해놓고 나머지는 다 허용하는 방식이다. 되는 것만 엄격히 정의해놓고 나머지 다 못하게 하거나 일일이 허가받도록 옥죄는 게 포지티브다. 말 뜻은 ‘허용, 긍정’이지만 사실은 사방에 함정을 파놓고 관료들이 좌지우지하도록 만든 편의적인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뒤바꾸어서 기업활동에 자유를 주겠다는 얘기니, 민간 업계로서는 참으로 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다.
기업활동과 비즈니스의 규제는 면허와 인허가 제도에 의한다. 국가고시나 각종 자격증, 사업영위의 자격 요건 등이 면허제도이고 사업 진행상 절차와 요령이 행정규제 기준에 적합한 지 여부를 따지는 게 인허가 제도다.
면허나 인허가는 본질적으로 전제적이며 관료적이다. 즉 구성원들이 세상 사는 데 필요한 모든 인프라와 소프트 파워 활용의 권리가 국가나 정부에 속한 것으로 간주하는 대전제가 깔린다.
대한민국에서 사업은 대개 관련법 제정 여부, 시행령과 시행세칙에 정한 문구에 좌우된다. 법이 허용하면 대박이 나고 인허가를 못 받으면 쪽박을 찬다. 사업 영위의 자격 요건도 법이 정하고 사업을 벌이는 데 필요한 자금 조달이나 경비 사용, 투자와 대출 내역 등 모든 게 이 조항 저 조항에 걸려 있다.
심지어 회사명 앞의 수식어나 광고 문구 사용에도 안절부절 법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억지덕지 행정규제의 올가미가 들씌워지지 않을까 염려해야 한다. "남자에게 참 좋은데,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참 좋은데..." 이런 식으로 산수유라는 식품의 남성 자양강장 효과를 에둘러 암시하는 광고가 쉬운 예다. 유명인들로부터 명의 소리를 듣던 뜸뜨는 할아버지가 무면허 시술을 했다며 고소고발 당하자 벌떼같이 일어났던 서명운동 같은 것도 좋은 예다. 정부가 영리법인 허가를 내주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는 제주 특별자치도 병원 경영자들의 한숨이나 최하 5000만 원으로 정해져 있는 주식회사 법인 설립 규정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썩히고 있는 사람들의 속상함도 모두 국가가 독점적으로 통제, 관리하는 면허와 인허가 제도가 원인이다.
대기업들은 파워가 있어 그런대로 견딘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담당자의 전화 한통에 사색이 되는 신세를 한탄한다.
"당연한 거 아냐? 사업이 도둑질도 아니고. 국가가 감시하고 통제해야지"하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고싶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정글이다. 비즈니스는 승냥이와 하이에나가 득시글거리는 원시림 속에서 목숨 내놓고 벌이는 포커게임과도 같다. 그런 위험한 지경, 무모한 도박판에서 살아 남는 비즈니스 주체들 때문에 경기가 좋아지고 일꺼리가 생기며 밥상에 놓을 밥과 반찬이 생기는 것이다. 정치권 한탕주의자들에게 향응 접대, 뇌물을 바쳐 큰 돈 꾸는 걸 비즈니스로 착각하는 자들은 박멸해야 하지만 손 발을 꽁꽁 묶어 두는 퇴행적인 '면허와 인허가 제도’는'과감히 폐지하거나 네가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가가 뭔가를 틀어 쥐고 관리하겠다는 발상도 옛날 얘기다. 디지털 기술과 개인 능력의 향상이 점점 국가의 시어머니 역할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트렌드의 흐름 상 '아직도 우리나라는 유교적 관행이...' 운운하며 안심할 날짜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하나님도 아담과 뱀의 사과 한 알 거래를 못 막았는데, 하물며 국가가 비즈니스의 자유를 어쩌겠다는 건지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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