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사퇴는 시작에 불과"… 투명한 후계 인선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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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3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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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하게 됐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라 회장이 그룹 등기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게 돼 차기 경영전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농후한 탓이다.

라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경영진 3인방에 대한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태 수습에 나서기로 했지만 성과가 미흡할 경우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에 나설 명분을 주게 될 수 있다.

◆ '포스트 라응찬' 인선에 라응찬 입김 배제해야

신한금융 이사회는 지난 30일 회의에서 경영진 3인방을 제외한 이사 9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설립을 의결했다. 특위는 신한금융을 정상 궤도로 올려 놓을 차기 경영진 선정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전성빈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은 "후임자 선정은 이사회가 하는 게 맞지만 (선정 방식 등의) 안을 만드는 것은 특위"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특위는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과 함께 혼란에 빠진 조직을 재정비하는 중책도 맡게 됐다.

특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차기 경영진 선임도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사태가 조기에 수습될 수 있지만, 이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한다면 외압을 불러들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재일교포 주주들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해 특위 구성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 구성은 5대 4로 가결됐는데 반대표를 던진 4명은 모두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었다.

라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직만 내놓고 등기이사직은 유지하기로 한 것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 이사 신분으로 경영에 관여하면서 후임자 인선에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당국이 세 명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동반 퇴진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며 "라 회장이 이사직을 유지한다면 신 사장도 쉽게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신한금융, 외풍 피할 수 있을까

금융감독원은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에 대한 징계 수위를 다음 달 초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직무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라 회장이 사퇴를 선택한 것도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라 회장은 물론 차명계좌 개설 및 관리에 관여한 수십명의 전·현직 임직원들도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는 신 사장도 포함된다.

금감원은 다음 달 8일부터 신한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나선다. 이미 드러난 차명계좌 외에 숨겨진 차명계좌를 찾고, 다른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이백순 행장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기검사는 연말까지 진행되며 검사 결과에 따른 조치는 내년 3~4월 중 나온다.

최소한 내년 1분기까지는 신한금융이 금융당국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여기에 신한금융 내부의 지배구조 개선 및 후임자 인선 과정이 난항을 겪을 경우 '관치'가 본격화할 수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신 사장을 소환 조사하고 라 회장과 이 행장도 소환할 방침이다.

자칫 경영진 3인방이 모두 법의 심판을 받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 회장이 사퇴하고 특위기 구성됐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당분간은 첩첩산중의 험로를 걸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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