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직장인 김선호(가명)씨는 최근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 콜센터 상담원으로부터 사용 중인 체크카드 유효기간이 만료되니 카드를 갱신하라는 안내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카드 갱신에 동의했으나 며칠 후 배달된 카드는 기존 체크카드가 아닌 신용카드였다. 은행 측은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카드 발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잡아떼다가 김씨가 거세게 항의하자 그제서야 상담원의 설명에 문제가 있었다며 사과했다.
김씨는 "신용카드를 발급하면서 개인 신용정보 조회도 했을텐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멀쩡한 체크카드를 신용카드로 둔갑시키는 은행의 상술에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신용카드 발급 실적을 높이기 위해 기존 체크·직불카드 고객들을 상대로 과도한 텔레마케팅(TM)을 전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KB카드 분사 등으로 카드업계 경쟁이 격화되면서 영업력 확대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이 체크·직불카드 갱신을 안내하는 척 하며 신용카드를 신규 발급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고객들은 원치도 않는 신용카드에 가입하면서 개인 신용정보 조회에 따른 신용도 하락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최근 이 같은 사례를 경험한 한 고객은 "기존 카드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준다는 설명을 듣고 카드 갱신에 동의했다"며 "상담이 끝날 때까지 신용카드를 발급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개인정보 확인 및 신용정보 조회 등은 고객들에게 동의를 얻은 게 맞다면서도 마케팅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상품이나 고객 반응이 좋은 상품 등을 소개하려고 해도 고객들이 통화를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 신용카드에 대한 설명임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우리은행이 경쟁사에 뒤지고 있는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일부 판매원들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들에게 실적을 강요하는 것은 회사"라며 "카드 발급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었다면 우리은행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은행 카드부문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카드의 시장점유율은 한 때 9%를 넘었었지만 9월 말 현재 7.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최근 분사를 결정한 KB카드는 15%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에서 분사한 하나SK카드는 출범 초 3%대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최근에는 5%까지 끌어올렸다.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총괄팀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여부는 녹취록과 고객 증언 등을 면밀히 살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카드 발급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여신전문업법 관련 규정을 통해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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