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을 둘러싼 러시아와 일본 간 외교 분쟁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쿠릴 방문을 비난한 일본을 러시아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면서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일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에 대한 일본 측의 반응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고 러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자국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쿠릴열도는 러시아 영토이며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땅을 방문한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이미 일본 측에 전달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하고 확실하게 전하기 위해 주러 일본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브로프는 이어 "우리는 러-일 협력을 어렵게 하는 어떤 행보를 취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일본 측의 반응은 용납할 수 없는 것임을 재차 강조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이루어진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쿠릴열도 방문과 관련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무상은 주일 러시아 대사 미하일 벨르이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했다.
마에하라 외무상은 이어 이날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북방영토는 우리의 고유 영토로 일본의 원칙적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쿠릴 방문은) 일본 국민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으로 지극히 유감이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도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일본 교토통신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러시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귀국하는 길에 러시아 최고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쿠릴열도 가운데 하나인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國後')를 전격 방문했다.
홋카이도(北海道) 북서쪽의 에토로후(擇捉), 구나시리(國後),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 등 4개 섬을 일컫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는 2차대전 종전 이후 전승국인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으나 일본은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였다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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