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가블록(라이프관)의 모습. NC백화점이나 킴스클럽이 들어선 매장과, 일부 청계천 출신 상인들이 입점한 매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점포가 이 같이 텅텅 비어있다. |
'4전 5기' 끝에 지난 6월 개장한 국내 최대 유통단지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경매 대란' 조짐이 일고 있다. 최근 첫 경매 물건의 등장으로 상인들의 동요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상당수의 점포주들이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의 이자를 연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서울동부지방법원과 청계천 출신 상인 등에 따르면 가든파이브 가블록 영(Young)관 1층 한개 점포가 경매시장에 등장했다. 이 물건은 점포주가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수개월 간 연체하면서 경매절차를 밟았으나 최근 채무관계가 해소되면서 현재 법원으로부터 기각 처분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상인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지금은 '시작'에 불과할 뿐, 앞으로 경매로 넘어갈 점포가 수백개에 달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가든파이브가 완공된 지난 2008년 12월부터 저조한 계약률과 입점률로 고전하던 SH공사는 △다점포 분양 △점포 당 1000만원의 인테리어비 지급 △금융권과의 협약을 통한 특별분양분(청계천 상인 대상)에 한해 감정가액의 최고 90% 대출 알선 △2년간 관리비 및 이자보전 등을 약속하고, 지금까지 실행해오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의 상인들이 2개 이상의 점포를 분양 받은 상태로 대출이자를 연체하면서도 입점을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입점을 하지 않아도 각 점포에 지급되는 인테리어비용과 운영관리비(공동시설 관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입점을 한다고 해도 상권 활성화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된 수익을 창출할 수 없고 시설관리비(전기료 등)를 개별적으로 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라는 판단 에서다.
청계천 출신 상인회에 따르면 가든파이브 기계약자(1500여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이 같은 상황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 가운데 70% 이상은 오는 12월 은행권의 대출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다.
청계천 출신 상인 A씨는 "며칠 전 가든파이브관리단 사무실 옆에 잔금을 연체 중인 점포주 수백여명의 명단이 붙어있더라"며 "이번 경매물건은 대출이자의 4% 이외의 손실분을 서울시가 보전해주고 NC백화점으로부터 점포 임대료 받고 있는 데도 이런 사태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상인 B씨는 "이번에 경매에 나온 물건을 보니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감정가액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며 "대출금 만기를 연장해도 다시 감정평가에 들어가면 결국 차액을 상인들이 갚아야 하는데 그 걸 충당할 수 있는 상인들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앞으로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상가를 떠나는 상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SH공사 측은 대안 마련은 커녕 '강 건너 불 구경'만 하고 있는 모양새다.
SH공사 관계자는 "최근 점포 하나가 경매에 나왔다는 소문은 들었다"며 "대출 문제는 상인과 금융권이 풀어야 할 문제일 뿐 우리가 나설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는 "특별분양분의 평가액에 70~90%의 대출을 해준 것은 특별분양 점포의 분양가가 일반분양분 대비 50% 이하였고, SH공사와의 약정에 의해 가든파이브 영세상인을 위한 특별 상품이었다"며 "SH공사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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