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남자들이 30대 미혼여성 외면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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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1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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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세 살 동갑도 괜찮다'고 지인들에게 소개팅을 부탁하는데, 주위에선 '20대 여성도 많다'며 20대 여성들을 주선해줍니다."

매달 한번은 소개팅에 나간다는 외국계 기업 입사 4년차 김모(33) 씨는 "30대 여성을 일부러 피하진 않지만 20대 여성을 더 자주 소개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시 준비를 하다 서른 살에 국내 대기업에 입사한 박모(34) 씨도 30대 여성들보다는 자연스럽게 20대 여성들과 만나는 기회가 많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매년 여자 신입사원들이 들어오고 이들이 친구를 소개해주기도 해 자연스럽게 계속 20대 여성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30대男 + 20대女 = 자연스런 매칭

김씨와 박씨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남성이 일부러 30대 여성을 배제하고 20대 어린 여성만을 골라 만나는 것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해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남성이라면 이미 서른 살이 넘었을 가능성이 큰데, 이들은 연하의 여성과 사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20대 중후반의 여성을 소개받는 일이 흔하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서른 넘기면 결혼하기 어려워진다'는 충고를 듣고 마음이 급해져 결혼을 위해 노력하는 20대 중반의 여성도 있고,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에 구직을 포기하고 '취집(취업 대신 시집가기)'을 원하는 20대 초·중반의 여성도 느는 추세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경제력을 갖춘 '준비된 신랑감'에게 20대 여성을 만날 기회는 아직 많고, 30대 여성이 '준비된 30대 남성'의 시선을 끌려면 뭔가 다른 '특별한 것'이 필요한 듯하다.

지난해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팀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30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들은 이상적인 결혼 상대자로 3~4세 연하(42%)나 1~2세 연하(14.3%)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33~34세 정도의 남성이면 배우자감으로 20대 후반의 여성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남성들이 20대 젊은 여성을 원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노산(老産)'에 대한 걱정이다.

취재에 응한 남성들은 하나같이 "2세 출산을 생각하면 이왕이면 젊은 여자를 배우자로 선택하겠다"며 "30대 여성은 아이를 낳는데 '노산'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 골드미스 '부담스러워'

남성들은 학력이 높고 고소득을 올리지만, 나이는 서른을 훌쩍 넘긴 '골드미스'를 배우자감으로 어떻게 생각할까.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이모(32) 씨는 "골드미스들이 나 같은 사람이 성에 찰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마디로 '땡큐다'"라고 말했다.

치솟는 주택값과 결혼 후 자녀 양육비 등을 고려해보면 경제력 있는 여자를 나이 몇 살 때문에 마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씨는 "결혼하게 되면 집안일도 나눠서 할 생각이고 처가에도 우리 부모님께 하듯 잘할 계획"이라며 "경제적 안정이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은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자는 골드미스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토로했다.

명문대 출신의 골드미스와 3개월간 사귀어 봤다는 최모(33) 씨는 "여자친구의 친구들은 회계사, 공무원, 대기업 직원이 즐비했는데 내 친구들은 대부분 작은 회사에 다녀 친구 얘길 할 때마다 자존심이 상했다"면서 "결혼하면 평생 이런 식의 격차를 안고 살아야 할 텐데 도무지 불편하고 부담스러워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골드미스들은 워낙 좋은 레스토랑도 많이 가보고, 나들이 명소에 데리고 가도 이미 와봤던 곳인 경우가 다반사여서 웬만한 이벤트를 준비해서는 크게 감동시키기도 어렵다"며 "돈 쓰는 보람도 느끼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솔직히 여자가 결혼하고 나서도 맞벌이도 하면서 아이도 어느 정도 돌봐주고 집안일도 챙겨 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 골드미스는 주판알 튕기는 계산꾼

남자들이 떠올리는 골드미스에 대한 생각 중엔 '계산적이고 까다롭게 따진다'는 이미지도 있다.

대기업에서 대리로 일하는 박모(33)씨는 지난해 회사 동료로부터 예쁘고 괜찮은 골드미스를 소개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흔쾌히 허락했는데 만나기도 전에 소개팅은 없던 일이 됐다.

박씨는 "주선자에게 이유를 캐물었더니 그쪽에서 내 출신 대학과 연봉, 사는 곳, 부모님 직업과 재산 수준까지 알아보고 찼던 것이었다"며 "나 같으면 일단 만나보고 분위기가 무르익고 나서 알아볼 텐데 사람도 안 보고 주판알부터 튕겼다는 생각에 기분 나쁘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고 토로했다.

골드미스에게 이상형을 물으면 "그냥 무난한 남자면 된다"고 답하지만 알고 보면 아무나 충족시킬 순 없는 보통 이상의 기준을 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대기업 사원 박씨는 "'평범한 남자'면 만족한다는 여자들이 많아 '평범함'에 대해 이들과 얘기해봤더니,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나와 누구나 알 만한 이름의 직장에 다니면서 평균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가정도 경제적 어려움 없고 화목하며, 외모도 못생기진 않은 평균 이상의 남자를 말하는 거더라"고 꼬집었다.

중견기업 대리 김모(31)씨는 "이왕이면 좋은 사람 찾고 싶은 여자들의 심정은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조건을 따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더 좋은 조건 갖춘 남자 고르다 적당한 사람 놓치는 것을 주위에서 많이 봤다"고 충고했다.

남자들 눈엔 돈 잘 버는 골드미스들의 소비행태도 사치로 비칠 때가 있다.

명문대를 나온 회계사와 사귄 적이 있다는 김모(32) 씨는 "자기가 번 돈을 자기가 쓰는 것을 가지고 뭐라 할 순 없지만, 200~300만 원하는 명품 가방이나 수십만 원짜리 구두를 거의 몇 개월마다 사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거로 생각하는 것엔 고개가 갸우뚱했다"면서 "결혼해서도 저렇게 살림한다면 하는 생각에 솔직히 겁나더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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