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는 중국 탁구 대표팀이 왕리친(32.세계랭킹 6위)을 최종 엔트리에서 빼고 대신 왼손 펜홀더 전형의 쉬신(22.7위)을 올렸기 때문이다.
전 세계랭킹 1위 왕리친은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단식을 세 차례나 제패하며 `탁구 황제'의 계보를 이어온 베테랑이지만 복식 전략상 왼손 선수가 필요하고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른 쉬신을 대신 발탁했다는 게 류궈량 감독의 설명이다.
쉬신의 합류로 한국은 더 까다로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베테랑 오상은(33.인삼공사)-이정우의 `오른손-왼손' 콤비를 내세워 정상 탈환을 노리려던 남자 복식이 문제다.
오상은-이정우 조가 8강에서 탕펑-장톈이(홍콩) 또는 마쓰다이라 켄타-니와 코키(일본) 조를 넘어선다면 준결승에서 마린-쉬신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오상은-이정우는 왕리친-마린보다 마린-쉬신이 더 상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믿을 구석은 쉬신과 같은 왼손 펜홀더인 이정우다. 오른손잡이는 왼손을 상대하기 어려운 만큼 이정우가 쉬신을 얼마나 막아주느냐에 오상은의 드라이브가 빛을 발할 수 있다.
단체전에서도 오상은-주세혁 투톱을 뒷받침할 이정우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다행히 예선리그 초반 대결은 피했지만 우승을 목표로 하는 이상 토너먼트에서 중국과 맞대결은 불가피한 상황.
쉬신이 단체전에 나선다면 `이정우 활용법'이 경기 흐름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이정우도 `왼손 조커'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2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데다 내년 1월 입대를 앞두고 있어 의욕이 남다르다.
2005년 오상은과 복식 콤비로 국제 오픈대회 4관왕에 오르는 등 실업 데뷔 초년생 시절 국가대표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이정우는 최근에는 다소 부진했다가 다시 실력을 끌어올려 대표팀에 합류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간발의 차이로 후보 선수에 머문 뒤로는 국가대표로 뽑히지 못하다가 지난 9월 1차~3차 선발전을 거쳐 3위로 광저우행을 거머쥐었다.
11일 광저우체육관에서 훈련을 마친 이정우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병역 혜택을 딱히 의식하지는 않는다.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 뿐이다"라고 결전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이어 "지나치게 결과를 의식해서 그동안 좀 부진했는데 마음을 비우려고 애썼더니 선발전 결과가 좋게 나왔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편하게 생각하려 한다"며 "일본 선수한테는 져본 기억이 별로 없어 자신 있다. 중국은 워낙 강하지만 내 역할을 다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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