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성폭행사건 피고 익명처리 안한다"

영국 법무부는 당초 방침과 달리 성폭행 사건 피고인에게 신원을 보호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크리스핀 블런트 영국 법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강간사건 피고에 대해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익명을 보장하는 취지의 법 개정 작업을 뒷받침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당초 허위 강간신고로 인해 피고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법 개정 작업과 관련해 주무부처 수장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실제 일부 보고서의 경우 강간신고 10건당 1건 가량이 허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블런트 장관은 특히 "연립정부는 명확하고도 확실한 증거에 한해 강간사건 피고의 신원을 익명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처음부터 분명히 했다"며 그런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법 개정을 추진할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베트 쿠퍼 여성장관은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 "정부가 애초 그런 공약을 내놓는 일은 없어야 했다"고 말했다.

앞서 강간사건의 피고를 익명 처리하기로 했다는 정부 방침이 전해지자 여성단체들은 물론 일부 보수당과 노동당원들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서는 등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이에 정부는 올 여름 관련 연구를 위한 보고서 작성을 의뢰했다.

지난 1976년 영국 성범죄처벌법의 경우 강간사건 피고의 신원을 익명처리했지만 1988년 법개정 당시 해당사건 범인들을 다른 사건 피고들과 달리 대우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익명처리 조항이 삭제됐다.

[e-mail]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