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정상은 이번 G20 회의를 통해 천안함 국면을 벗어나 회담 조기 재개를 관철시키려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남북관계가 먼저 정상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1일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북한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평화안정에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비록 중국이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 정세안정을 일관되게 강조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현 국면에서 후진타오 주석의 이같은 말은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우리측 입장과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역시 10일 한ㆍ러 정상회담을 통해 6자회담 재개의 여건 조성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미국 역시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과 비핵화 의지를 표명할 경우 전향적인 대북지원에 나설 것임을 재확인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11일 한ㆍ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한국의 우려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하고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우회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도발적인 행동을 하는 선택을 하면 계속 고립될 것이고, 주민들에게는 고통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한ㆍ미ㆍ중ㆍ러' 정상들이 일관되게 요구하는대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태도 변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일단 북한은 경제적인 지원에 대한 대가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압박하는 미국 등의 요구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서방의 원조외교에 각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제국주의자들은 원조를 미끼로 다른 나라들에 경제적 예속과 약탈의 올가미를 씌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제재조치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있는 북한으로서는 결국 대외 지원을 받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이 남북 이산가족상봉 성사 이전부터 우리측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는 남북 관계개선 말고는 별다는 해법이 없는 북측의 어려운 경제 현실을 보여준다.
북측은 '원조'를 미끼로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서방을 비판하면서도 남측에 통지문을 보내 오는 19일 개성에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갖자고 제의해 왔다.
문제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우리 정부가 요구한 고 박왕자씨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및 재발방치 등의 선결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회담이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재개 회담과 관련, 지난달 12일 "추후 입장을 통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한달째 "검토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남북 회담이 열리더라도 상황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 발생한 천안함 사태 역시 남북관계 개선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측이 이미 이산상봉 성사와 함께 북측에 금강산 관광 회담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어떤 형태든 협상테이블은 조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정부는 이산상봉 정례화 요구에 대한 북측의 태도를 먼저 확인한 뒤에 금강산 회담의 개최 시기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남북 경협 확대를 통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북측과 그동안 꼬인 매듭을 푸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우리측의 주장이 서로 타협점을 찾는 게 남북관계 개선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정경진 기자 shiwall@
김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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