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줄푸세와 복지국가 건설 양립 안돼" 비판도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르면 이번 주 중 당내 ‘감세정책 철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 중이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단독 회동 뒤 당내 감세철회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물음에 “지난번은 예산안을 다룬 상임위였고, 다음번은 법안에 대한 상임위”라며 앞으로 소속 상임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세법 심사 과정에서 감세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임을 내비쳤다.
재정위는 15일 기획재정부 등의 예산안 보고와 국가재정법 등 주요 법안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를 예정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는 올해 초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과 ‘충돌’한 이후 그간 정치권 안팎으로부터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다른 정책 현안에 대해서도 입장표명을 요구받았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들은 “4대강 사업은 대통령의 정책집행권에 관한 문제로 국회 입법권과 관련된 세종시와는 성격이 다르다”거나 “만일 박 전 대표가 세종시에다 4대강 사업까지 이 대통령과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면 사사건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해왔다.
그러던 박 전 대표가 감세정책에 대한 입장표명을 시사한 것은 일단 이 문제가 세법 개정 등 국회 차원의 정책 입법에 대한 사안인데다, 자신의 차기 대통령선거 공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기)’란 경제 분야 공약을 제시한데 이어 최근엔 ‘복지국가 건설’을 화두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박 전 대표의 ‘줄푸세’와 복지국가 건설은 양립할 수 없다”(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모습.
이에 대해 친박계 이혜훈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감세는 중산층과 중소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것으로 대기업과 고소득층에게까지 혜택이 가는 현 정부의 감세와는 다르다. 박 전 대표의 감세는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것이다”고 반박한 바 있으나, 친박계 내부에선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야권 주자는 물론 여권 내에도 ‘복지’가 차기 대선의 주요 이슈로 거론되는 상황인 점을 들어 “박 전 대표의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더구나 "최근 당내 ‘감세정책 철회’ 논쟁과 맞물려 입장을 정리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게 다른 친박계 인사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선 최근 박 전 대표가 상임위인 재정위에서 한 발언들을 살펴보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감세 철회엔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정부 예산안이 본예산 기준으로 처음 300조원을 넘어서는 점을 들어 “앞으로 경기부양보다는 재정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게 타당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오는 22일부터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감세철회 등의 현안과 친서민 정책에 관한 논의에 본격 착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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