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업체들은 애써 태연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비장한 긴장감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곤 한다.
위스키 메이커들이 업계 신제품 경연장의 중심에 서 있다. 이번 신제품으로 최근 몇 년동안의 침체를 단숨에 날릴 기세다.
이들은 ‘연산 파괴’도 서슴치 않는다. 12년산과 17년산, 21년산, 30년산 등으로 구분되는 위스키 시장에 최근 22년산과 19년산 제품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수석밀레니엄이 22년산(골든블루 22) 제품 출시로 선전포고했다. 이에 뒤질세라 페르노리카코리아도 19년산(임페리얼19 퀀텀) 위스키로 연산 파괴 마케팅에 합류했다.
디아지오코리아 역시 올해 상반기 15년산 싱글몰트 위스키 ‘조니워커 그린’을 선보인 바 있다.
위스키업체들의 이 같은 마케팅은 연산이 동일한 신제품으로는 선점효과가 뚜렷한 위스키 시장에서 신속한 안착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서다. 제품 차별화 이외의 또 다른 제3의 마케팅이 접목돼야만 신제품이 시장에서 쉽게 자리 잡을 수 있는 게 업계의 풍토이다 보니 내려진 카드가 ‘연산 파괴’라는 것이다.
제품 출시 초기인 까닭에 시장 정착 운운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연산 파괴’만으로도 주당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지 않았겠느냐는 판단이다.
맥주업체들의 신제품 경쟁도 이에 못지않다.
하이트맥주(드라이피니시 d)와 오비맥주(카스라이트)가 사활을 건 신제품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영업성적표에 시장점유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이라 신제품을 극진히 모실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신제품 전쟁은 제품 용기의 화려한 변신(?)으로 이어진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병 디자인에서 벗어나 병 ‘성형’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얼마 전 19년산 위스키 ‘임페리얼 19 퀀텀’을 출시하고 병 모양을 완전히 바꿨다. 흡사 향수 병을 닮을 만큼 화려하기 그지없다.
수석밀레니엄의 ‘골든블루’ 12년산도 병 모양을 기존 투명한 병에서 17년산과 같은 패키지인 블루사파이어 병으로 리뉴얼해 브랜드 이미지를 통일하고 고급스럽게 꾸몄다.
하이트맥주의 신제품 ‘드라이피니시 d'도 파격적인 병 디자인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국내 맥주 디자인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얻을 정도로 파격 그 자체다.
각사 공히 신제품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은 흡사 갓 태어난 아이 돌보는 듯하다.
그 어느 때보다 신제품을 애지중지하고 있는 만큼 그 성과가 나타나 회사측의 환한 웃음을 지어내게 할지, 아니면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신제품의 쓸쓸한 퇴장을 맛보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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