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대포폰(명의도용 휴대전화)’ 지급 논란 등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며 그간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를 거부해왔던 민주당이 22일 원내외 병행투쟁으로 방향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은 22일 오전 오후에 걸쳐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현재 한나라당 주도 하에 열리고 있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상임위별 예산안 심사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청와대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국조 및 특검을 요구하는 장외투쟁도 병행키로 했다고 전현희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따라 손학규 대표는 당장 이날 오후부터 소속 의원들과 함께 서울광장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는 한편, 불법사찰 국조·특검을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손 대표의 서울광장 농성은 ‘4대강 사업저지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오는 29일까지 진행된다.
민주당의 이 같은 결정은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가 국조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예산심의 거부에 따른 국회파행이 지속될 경우 ‘야당이 예산을 정쟁의 볼모로 잡았다’는 비판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자유선진당이 이날 ‘예산심사 무조건 참여’를 선언한데 이어,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다른 야당도 이를 검토키로 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동영ㆍ정세균ㆍ천정배ㆍ박주선 최고위원 등 당내 비주류 인사들은 ‘정부ㆍ여당으로부터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한 채 예산심사를 재개할 경우 대포폰 국조를 강제할 만한 수단이 없어진다’며 예산심의 복귀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날 원내외 병행투쟁 결정에 대해 “국회 정상화가 아니라, 국회 내 투쟁을 통해 ‘청와대 불법사찰 사건’의 국조 및 특검 도입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기업형슈퍼마켓(SSM) 관련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문제를 비롯해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 삭감과 한·미 및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동의안 처리 문제 등 원내 투쟁이 불가피한 사안이 적지 않다는 점도 민주당이 원내 활동 재개를 결정한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앞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가 바뀌어도 연말 예산 발목잡기 행태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건 우리 정치의 비극이고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민주당의 예산안 심사 참여를 거듭 촉구했으며,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내년 예산 309조원 가운데 86조원이 복지예산”이라며 “(야당이) 예산심의를 빨리하지 않으면 서민ㆍ복지예산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출석한 가운데 한나라당 주도로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정부 예산안 등에 대한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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