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이 영화의 초점이자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조각 미남’ 장동건의 첫 할리우드 진출 데뷔작이다.
데뷔 초기 이른바 ‘얼굴’로 먹고 산다는 비아냥을 듣던 그의 연기 전환점은 1999년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부터다. 당시 안성기 박중훈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연기하며 인상적인 존재감을 남겼다. 이후 2001년 ‘친구’와 2002년 ‘해안선’ 그리고 2003년 ‘태극기 휘날리며’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연기에서 ‘얼굴’을 지워나갔고, 지금의 배우 장동건을 스스로 완성했다.
쓰디 쓴 참패를 면치 못한 2005년 ‘무극’에서도 그의 연기에서 ‘얼굴’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영화의 스토리 구조가 우리네 정서와는 생각보다 멀리 있었기에 재미를 못 봤을 뿐이다.
그런데 ‘워리어스 웨이’에서 장동건은 무엇 때문인지 연기에 또 다시 ‘얼굴’을 집어넣는 무리수를 뒀다.
정체를 숨긴 동양인이 서부의 한 마을에 도착해 주민들과 인간적 교감을 나누다 악당을 물리친다는 줄거리 때문일까. 아니면 영어 대사에 무리가 따랐을까. 그도 아니라면 캐릭터 설정상 신비감을 주기 위해서일까.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의 대사는 고작 30여 마디가 전부다. 연기도 이마에 내천(川)자를 그린 채 미끈한 몸매만 뽐낸다.
두 번째는 액션이다. 세계 최강 동양인 전사가 서부 외딴 곳에서 벌이는 혈투로 압축되는 스토리상 이른바 칼부림 액션은 필수요소다. 이미 공개된 자료를 통해서도 이미 예고됐다.
하지만 막상 열린 뚜껑 안은 ‘허’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프로듀서이자 이번 영화 프로듀서를 맡은 베리 오스본은 ‘발레 액션’이라고 불렀다. 연출을 맡은 이승무 감독은 “상황별 콘셉트에 맞는 아름다운 액션”이라고 설명했다. 히로인 케이트 보스워스는 “아름답고 우아한 춤”이라고까지 극찬했다.
홍콩의 무협 액션을 예술로까지 승화시켰다는 찬사를 받은 2000년작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과 단순 비교는 분명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제작환경은 10년 전 그것을 능가시킬 충분한 기술을 갖고 있다. 3D를 넘어 4D까지 판을 치는 세상 아닌가.
그럼에도 이번 영화의 액션은 한마디로 단선적이다. 덜어낼 군더더기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서양 악당들에 비해 월등한 칼잡이가 너무 강한 탓일까. 칼질 한 번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장면은 만화로 보기에도 민망하다. 영화 ‘킬빌’의 칼싸움 시퀀스를 넘어설지 모른단 기대감을 가진 것 자체에 죄책감마저 든다.
마지막은 한국인 이승무 감독의 무리수다. 그는 서양 영웅이 동양을 구한다는 할리우드 전통의 공식을 뒤집은 스토리 라인, 칼과 총잡이의 대결 등을 비교적 흥미롭게 구성했다.
만화적 설정과 화면 구성 및 할리우드 영화 ‘300’과 ‘씬시티’가 보여준 매트페인팅 기법을 통해 화려하면서도 이질적인 화면도 창조했다. 일부 언론은 ‘미학적 쾌감’이란 단어까지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오리엔탈리즘을 강조한 화면 탓에 몰입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불가’로 기울어진다. 화면 미학에만 집중해 영화의 필살기인 액션이 반감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절정 부분에서 삽입된 사물놀이 음악은 우리 것을 알리기 위한 한국인으로서의 의무로 보기에도 절대 올바른 선택은 아닌 듯해 보인다.
kimjb5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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