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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길목에서 문학의 향기에 취하다 - 경북 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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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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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의 반변천과 청계천이 만나는 남이포는 조선 초기 무신인 남이장군의 전설이 서린 곳이다. 남이포의 기암괴석과 절벽사이로 촛대처럼 우뚝 솟은 바위가 선바위다. 남이정에서 선바위 관광지까지는 석문교를 따라 가면 웅장한 선바위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아주경제 윤용환 기자)  경북 영양은 ‘승무’로 유명한 청록파 시인 조지훈과 소설가 이문열의 고향이다. ‘육지속의 섬’으로 불릴 만큼 오지이지만 그 덕분에 충의열사와 문인들이 많이 배출된 유서 깊은 고장이다. 중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많이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선뜻 다가서기에는 너무 먼 영양이다. 영양은 85%가 산림지역이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찾고 싶다면 더 없이 좋은 곳이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경북 영양 그곳에 가면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 조지훈 생가 주실 마을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에 위치한 주실 마을은 조지훈 시인의 생가다.

주실 마을은 조선 중기 때 환란을 피해 이곳으로 이주해 정착한 한양 조 씨들의 집성촌으로 1630년께 호은공 선생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하늘에 내려다본 전경이 배 모양이라고 하고, 산골등짝이가 서로 맞닿아 이루어진 마을이라 하여 주실 또는 주곡이라 부르게 됐다. 

   
 
조지훈 시인의 시비공원에 있는 동상.

마을에는 조지훈 시인의 생가인 호은종택과 입향조인 호은공의 증손자 옥천 조덕린 선생의 옥천종택은 경상도 북부 지방의 전통적 양반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조선 영조 49년(1773)에 후진 양성을 위해 건립한 월록서당 등 문화자원도 잘 보존돼 있다. 지훈 문학관과 지훈 시공원, 주실 마을 숲 등 볼거리도 많다.

주실 마을 숲은 지난 2008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됐다. ‘시인의 숲’이라고 불린다.

조지훈의 호은종택과 일직선상 마주보이는 봉우리가 문필봉(文筆峰)이다. 문필봉은 풍수학에서 붓의 모양을 닮은 봉우리로 문필봉을 마주하고 있는 집이나 마을에서는 훌륭한 학자가 태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물길까지 끼고 있어 배산임수의 최고명당으로 꼽힌다. 예로부터 주실 마을에서 재물과 사람 그리고 문장은 남에게 빌리지 않는다는 삼불차(三不借)의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2007년 개관한 지훈 문학관은 조지훈 선생을 후세에 길이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부인 김난희 여사가 직접 현판을 쓴 문학관은 170여 평 규모에 단층으로 지어진 목조 기와집이 ‘ㄷ’자 모양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입구를 들어서면 조지훈의 대표적인 시 ‘승무’가 흘러나오고, 동선을 따라 조지훈 선생의 삶과 정신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가벼운 산책을 원한다면 지훈 시공원도 놓칠 수 없다. 코스는 그리 길지 않지만 깔끔한 데크를 따라 조지훈의 시를 새긴 20여 개의 시비가 세워져 있어 마치 한 권의 시집을 읽는 듯하다.

◇ 두들 마을과 음식디미방

석보면 두들 마을은 ‘언덕위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석계고택과 석천서당, 안동 장씨 유적지, 광산문학관 등이 모여 있다.

두들 마을은 한국 문학의 거장 이문열의 고향으로 ‘그해 겨울’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그의 많은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의 역정이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후진 양성과 한국 현대문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 건립된 광산문학관은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이 수시로 열리고 있다. 재령이씨 집성촌인 이곳 두들 마을에는 석계고택, 석천서당 등 전통가옥 30채가 조화롭게 잘 보존되어 있어 문학의 정취와 전통의 향기를 느끼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문학의 거장 이문열의 고향인 두들 마을 전경. 이 마을은 석계 이시명 선생의 부인 장계향 선생이 펴낸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조리서 ‘음식디딤방’으로 유명하다.

특히 두들마을은 이곳의 입향조인 석계 이시명 선생의 부인인 장계향 선생이 펴낸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조리서 ‘음식디미방’으로 유명하다.

음식디미방이란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일흔이 넘은 장계향 선생이 후손들을 위해 1600년대 경상도 양반가의 146가지 음식조리법, 저장․발효 식품, 주류 등을 소개한 조리서다.

실제 두들 마을 전통한옥체험관에서 ‘음식디미방’의 음식을 재현한 한정식을 판매하고 있으며 조리서에 소개된 음식을 만들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 자연치유 생태마을 용화 대티골

일월산 자락 해발 600m에 위치한 일월면 용화2리 대티골은 자연치유생태마을이다.

대티골은 한자로 대치, 즉 큰 고개 골이다. 윗 대티와 아랫 대티에 대나무가 많아 대티라고 불렸다는 설도 있지만 한자 이름이나 지형을 볼 때 큰 고개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대티골 숲길 탐방로는 마을 입구 옛 국도에서 시작한다.

대티골 숲길은 자연림으로써 뛰어난 경관뿐만 아니라 역사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곳으로 웅장한 소나무림과 아기자기한 신갈나무로 이루어져 걷는 이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줄 뿐 아니라 치유의 숲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대티골 숲길은 지난해 ‘제 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어울림 상(숲길부문)’을 수상했다.

대티골은 마을 주민들이 도시에서는 살 수도, 맛 볼 수도 없는 진귀한 산나물을 자연 그대로 재배해 특성화했다. 10여 가구 마을 주민들이 산나물을 비롯한 야생 나물을 재배하며, 친환경 음식도 판매중이다. 효소를 발효시켜 만든 산나물 샐러드를 포함한 채소를 자연에서 그대로 채취해 만든 밥상은 1인당 2만5000원이다. 미리 예약을 하면 숲 해설가와 동행하며 탐방할 수 있다.

이밖에도 영양의 대표적 여행지인 선바위와 남이포 그리고 연당마을과 서석지도 놓칠 수 없다.

우뚝 솟은 바위와 웅장한 바위산으로 이뤄진 선바위와 남이포에는 남이장군의 전설이 서린 곳으로 남이포의 남이정 까지는 선바위관광지에서 석문교를 따라 우측으로 가는 방법과 애기선바위에서 좌측 허리를 타고 가는 길이 있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남이포의 절경을 감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남이정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선바위의 모습이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조선 광해군 5년(1613) 성균관 진사 석문 정영방 선생이 만든 조선시대 대표적 민가 연못인 서석지도 놓치기 아깝다. 한국의 3대 정원 중 하나인 서석지는 매 시간, 매 계절 그 운치가 다른데, 여름엔 연못을 가득 메운 연꽃이, 그리고 가을엔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그 멋을 한층 더 한다.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이라면 영양산촌생활박물관도 꼭 한번 들러보길 권하고 싶다.

영양산촌생활박물관의 야외전시장에는 산촌 사람들이 생활했던 굴피집과 너와집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을 뿐 아니라, 실물크기의 인형으로 꾸며놓은 산촌 사람들의 생활도 살펴볼 수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멍석말이 같은 전통의 마을자치규범을 재현해 놓은 디오라마는 재미와 학습을 동시에 만족시켜 줄 것이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happyyh6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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