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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꽃게 농사 망쳤다'..속타는 연평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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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2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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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포격으로 올해 지은 꽃게 농사를 포기하고 섬을 등져야 했던 연평도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연평도 선주(船主)와 선장들은 포격이 있던 지난 23일부터 3일간 꽃게잡이 배를 타고 도망치듯 섬을 떠났다. 연평도에는 전체 66척의 어선 가운데 27일 현재 30척만이 남아 있다.

연평어장 꽃게잡이는 금어기 규정으로 인해 4~6월, 9~11월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예년 이맘때 같으면 한창 조업에 바쁠 시기다.

백령도 어장과 서해 특정해역에서는 이번 포격으로 조업 중단 조치가 내려진 지 3일 만인 26일 출어가 허용돼 어선들이 바다로 나갔지만, 연평도에서는 조업이 허용되더라도 배를 타고 나갈 어민이 없는 것이다.

연평도에서 지난 12년간 꽃게잡이 닻자망어선을 탔다는 김모(35) 선장은 "개당 1천200만원짜리 어구 10여개를 바다에 두고 왔다. 시간이 지나 어구 위치를 표시해둔 부표마저 떨어져 나가면 어구를 아예 잃어 버리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 밤에 잠이 잘 안 온다"라고 말했다.

김 선장은 또 "사태가 장기화하면 선원들도 다른 곳으로 배를 타러 가거나 업종을 바꿀 것이고 그러면 섬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마무리 작업을 할 인원을 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집에 멍하니 앉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당장 올해 하반기 4개월치 월급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꽃게잡이 닻자망 어선을 타는 김모(49) 선장은 하루 아침에 생활 터전을 잃은 연평도 선원들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김 선장은 "연평도에서 일하는 선원 대부분이 외지인이다. 연중 8~9개월은 연평도에서 일하고 나머지 3~4개월은 인천에 있기 때문에 연평도에 주소지를 등록하지 않은 사람이 대다수"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정부와 인천시에서 연평도 주민을 위한 대책은 강구하고 있지만 연평도 앞바다가 일터인 선원들에 대한 이주 및 생계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라며 "현재 논의조차 없는데 앞으로 대책 마련이 쉽겠냐"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꽃게잡이 어선 1척을 갖고 있는 선주 박모(42)씨는 "당장 피해도 문제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걱정"이라며 "섬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이웃들이 함께 가지 않는다면 나와 우리 가족만 연평도에서 꽃게잡이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포격을 계기로 연평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인식이 확실히 각인됐고 앞으로 남북관계가 예민해질 때마다 북한의 위협이 실제 상황처럼 느껴질 텐데 그곳에 계속 남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며 "당장 1~2년은 괜찮다 하더라도 3년째 되는 해에 갑자기 포를 쏠지 어떻게 아나"라고 반문했다.

대연평도와 소연평도를 합쳐 인구 1천756명의 연평면에서는 전체 934가구의 38%인 358가구가 어업에 종사한다.

연평도 남쪽에 있는 '연평어장'(764㎢)에서는 매년 인천지역 전체 꽃게 어획량의 25%에 이르는 꽃게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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