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한미연합훈련 시작을 하루 앞둔 27일 북한과 인접한 서해 최북단 지역에는 북한의 추가 도발 우려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직접적인 포 사격을 받아 마을이 폐허로 변한 연평도에서는 이날 면사무소와 발전소 등 주요 관공서를 중심으로 대피준비에 착수했다.
면사무소는 대피소 19곳에 담요와 난방기구, 구급약품, 비상식량 등을 준비해 두는 등 대피소 정비 작업을 벌였다.
최철영 연평면 상황실장은 "대피소 내 전등 등 전기시설을 점검하고 가능하면 통신시설도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전 연평도발전소도 인근 대피소에 본부를 차리고 배전반 등 통제장치를 설치하기로 했다.
북한의 포 사격을 직접 목격한 현지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50대인 한 주민은 "그날은 하늘을 못 쳐다보고 다들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내일부터는 아침부터 무조건 대피소에 들어앉아 있어야겠다"라고 말했다.
직접 포격을 받은 연평도만큼은 아니지만 서해 최북단에 있는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에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준비작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백령면사무소는 군부대와 협의해 대피소에 넣을 담요를 마련해뒀다. 비상식량으로 쓸 라면과 쌀 등은 이미 대피소에 준비해놨다.
총 69곳의 대피소로 주민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면사무소 직원과 각 이장, 민방위 대원들과의 비상연락망도 다시 한번 점검했다.
백령도의 유일한 중.고등학교인 백령중고는 지난 24일부터 휴업에 들어갔지만 교사들은 계속 학교에 나와 교대로 비상 대기상태다.
주말인 이날도 원래 오후 4시20분이면 퇴근을 해야 하지만 오후 9시까지 대기하기로 했다.
지난 23일 학교 내에 있는 대피소로 피신했다가 바닥에 습기가 많이 찬 걸 확인한 뒤라 학교 차원에서 스티로폼도 준비 중이다.
이 학교 이희용 교감(55)은 "주민들이 겉으로는 동요 없이 지내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다"며 "백령도의 초.중.고를 합쳐 약 10명가량의 학생이 최근 인천으로 나간 것으로 알고 있고 휴업은 12월 초까지 이어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백령도의 유일한 병원인 백령병원도 연평도 사태 이후 전 직원이 병원을 떠나지 않고 대기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분위기가 그러니까 혹시 몰라서 대기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보다는 군부대 안의 의무중대에서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의무중대에서 최근 병원과 보건소에 전화해서 비상약 준비상태나 근무 인원 등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현지 주민들은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하면서도 대체로 평상심을 유지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청도 어민 김능호(57)씨는 "사실 한미연합훈련 중에야 항공모함까지 왔으니 북한이 사격은 못할 거라 믿고 있지만 훈련이 끝난 다음에는 보복이 있을까 봐 주민들이 술렁술렁하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김씨는 "연평도 일이 있고 나서 손자들을 맡아 키우던 할머니.할아버지가 애들을 데리고 육지로 나가는 등 소수 주민이 섬을 떠났다"며 "하지만 아직은 대체로 정부에서 어떤 대책이 나올지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백령도에 사는 최홍일(74)씨는 "연평도 사태로 좀 어수선했지만 크게 동요하거나 하는건 없다"며 "다만 군인들이 초비상상태라 외출.외박을 아예 나오지 않고 있어 동네가 썰렁하다"라고 말했다.
연평도 사건이 난 이후인 지난 25일과 26일 백령도에서는 총 441명이 여객선을 타고 인천으로 나왔고 이 중 실제 주민은 214명으로 집계됐다.
대청도와 소청도에서는 2일간 각각 113명과 55명의 주민, 군인 등이 여객선을 타고 인천으로 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병원 치료 등 개인업무를 보러 나온 것이라고 현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인천해경 백령출장소 관계자는 "여기 주민들은 이번 일과 관련해서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이미 천안함 사건을 겪어서 놀랄 것도 없다"며 "평상시에도 1일 평균 300명가량이 여객선을 타고 오간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0월 기준으로 백령도에는 주민등록상 총 5천78명, 대청도에는 1천270명, 소청도에는 282명이 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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