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에 따른 황망함과 잇단 언론 취재에 지친 피해 주민들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인지 쉽사리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았다.
본연의 목적인 취재가 아니라 할아버지·할머니 사이에 섞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본명을 밝히길 거부한 A씨는 "대피한 주민들이 대부분 연로하셨고 심적·맘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인데 인터뷰가 반복되니 많이 지치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B씨는 "대피 주민들이 성의없게 인터뷰하면 기자들이 기사를 나쁘게 쓰는 것 같다"며 "그럴바엔 차라리 애초부터 인터뷰를 거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일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천안함 사건 때도 순직장병 가족들의 말을 언론이 추측성과 애매모호한 태도로 보도하는 바람에 정부와 피해자 가족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 때문에 피해자 가족들이 한동안 언론 인터뷰를 거절했던 적도 있다.
피해 주민들이 인터뷰를 거절하는 사유를 듣고 백분 이해가 됐다. 평소라면 궁금한 부분을 대답해 줄 때까지 쫓아 다니며 물어봤겠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취재 경쟁은 어쩔 수 없겠지만 집도 잃고 몸만 간신히 대피해온 연평도 주민들의 마음을 거기에 모여 있는 수많은 기자들이 조금은 헤아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곧 '나조차 그러고 있지는 않은가?'하고 자문해 보게 됐다. '나는 현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취재하면서도 연평도 주민의 아픔까지도 헤아릴 줄 아는 진정한 기자일까?'스스로 되뇌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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