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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고통의 현장에서 취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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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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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26일 저녁 인천 인스파월드에는 북한 포격으로 두려움에 떨며 대피해온 연평도 주민 수백명이 모여 있었다.

폭격에 따른 황망함과 잇단 언론 취재에 지친 피해 주민들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인지 쉽사리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았다.

본연의 목적인 취재가 아니라 할아버지·할머니 사이에 섞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본명을 밝히길 거부한 A씨는 "대피한 주민들이 대부분 연로하셨고 심적·맘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인데 인터뷰가 반복되니 많이 지치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B씨는 "대피 주민들이 성의없게 인터뷰하면 기자들이 기사를 나쁘게 쓰는 것 같다"며 "그럴바엔 차라리 애초부터 인터뷰를 거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일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천안함 사건 때도 순직장병 가족들의 말을 언론이 추측성과 애매모호한 태도로 보도하는 바람에 정부와 피해자 가족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 때문에 피해자 가족들이 한동안 언론 인터뷰를 거절했던 적도 있다.

피해 주민들이 인터뷰를 거절하는 사유를 듣고 백분 이해가 됐다. 평소라면 궁금한 부분을 대답해 줄 때까지 쫓아 다니며 물어봤겠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취재 경쟁은 어쩔 수 없겠지만 집도 잃고 몸만 간신히 대피해온 연평도 주민들의 마음을 거기에 모여 있는 수많은 기자들이 조금은 헤아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곧 '나조차 그러고 있지는 않은가?'하고 자문해 보게 됐다. '나는 현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취재하면서도 연평도 주민의 아픔까지도 헤아릴 줄 아는 진정한 기자일까?'스스로 되뇌어 봤다.

honestly8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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