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민의 임시 거처로 이용되고 있는 인천 인스파월드에 대피해 있는 아이들은 폭격 당시의 상황을 또렷이 기억했다.
28일 찜질방에서 또래들과 뛰어놀던 윤 모군(10)은 “놀이터에서 친구 한 명과 놀다가 대포 소리를 들었다”며 “소리가 엄청 커서 무서웠다”고 말했다.
장 모(7)군도 “큰 소리가 나며 유치원 창문까지 흔들렸다. 집들이 많이 무너져 있었다”며 소상히 폭격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김 모(7)군은 “가끔씩 문이 닫히는 소리에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아이들은 비교적 밝은 모습이었으나 유독 연평도의 집 이야기를 꺼내면 당황하는 낯빛을 보였다.
집이 그립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고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도 있었다.
장 모군은 “집에 돌아가면 또 집이 무너지고 다시 지으면 또 무너지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하정 이화여자대학교 상담심리센터 전문상담가는 “재난이나 전쟁 상황을 경험한 아이들이 당장 눈에 띄는 증상이 없을 수도 있으나 갑자기 이상 징후를 보이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PTSD 증상으로 자다 깨거나 백일몽을 꾸거나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등의 경우를 들었다.
그는 “만성이 될수록 치료가 어렵다”며 “이러한 상태를 방치한다면 불안장애나 공포증 등으로 번질 수 있고 성인이 된 후 사회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존스홉킨스대학 정신과·행동의학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PTSD는 심각할 경우 자살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하 상담심리전문가는 이어 “아이들이 집을 떠나 생소한 환경에 있는 것이 암암리에 새로운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가급적이면 최대한 빨리 전문가의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집단에서 공포스러웠던 경험을 나누며 그때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표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각 시나 구에 개설돼 있는 정신보건센터나 정신과협회, 상담심리협회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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