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놀이_종이에 아크릴릭_29.7x21cm_2010 산책_캔버스에 파스텔, 종이_116x89cm_2010 배추_캔버스에 파스텔, 종이_60x120cm_2009 |
(아주경제 오민나 기자) 이방인 혹은 경계인으로 느끼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향수. 그 감정을 예술로써 표현한 작가 윤향란의 개인전이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작품 ‘서류위의 붓놀이’에서 25년 동안 외국의 이방인으로 살았던 애환과 고통을 녹여냈다. 외국생활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세금 신고서· 작가 등록증· 집세· 고지서· 의료보험 등 작가를 압박하다시피한 서류에 투박하고 추상적인 선을 담았다. 일종의 ‘분풀이’ 인 셈이다. 외국생활 중 서류가 주는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역으로 한국에서 서류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이방인이라면 공감이 갈 만한 작품이다.
‘산책’ 드로잉에는 자신이 걸어온 길과 세상을 향한 반응의 흔적을 담겨있다. 고국의 길을 떠올리며 ,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힘 넘치는 선을 캔버스에 담았다. 특히 이 작품은 서울 G20 정상회의 전, 삼청동을 방문했다가 갤러리에 들른 한 프랑스 관료가 “자신도 스위스에서 오랫동안 이방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며, 즉시 소장 의사를 밝혔다고 성가영 큐레이터는 전했다.
‘붓놀이’에는 분노가, ‘산책’에는 역동성이 담겨있다면 콜라주 작품 ‘배추’에는 ‘손맛’이 깊게 배어나온다. 고국과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표현한 배추는 캔버스 위에 종이를 붙여 배추이미지를 그리고 그 종이에 물을 묻혀 다시 뜯어낸 뒤 새로운 캔버스에 작품을 붙여 구성하는 작업을 수차례 했다. 윤향란 작가는 “마치 어머니께서 김치를 담그시던 것처럼, 작품도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작가는 “타국에서 외롭고 힘들수록 더 작업에 매달렸다. 작업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작가의 상상력 원천을 묻는 질문에 “작가는 다른 사람이 놓치는 걸 잡아내는 사람이다. 일부러 의식하지 않더라도 쓰레기통에 버려지기 직전의 것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탁월한 감각과 예민한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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