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서해문집 대표는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 최신호에 실린 '황석영, 신경숙, 김훈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작가님들께'라는 제목의 글에서 "독점 공급과 헐값 공급의 두 가지 방식은 전자책의 활성화보다는 오히려 전자책의 공멸과 그로 인한 출판시장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김훈의 '남한산성' 등의 전자책이 최근 온라인서점 인터파크도서에서 독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김 대표는 통신환경의 급변으로 붕괴 위기에 내몰린 음반시장을 예로 들면서 "선생님들의 의지와는 별개로 선생님들이 내린 결정은 독자들에게 전자책의 공정한 가격이 얼마인지에 관한 초기 단계의 기준을 제공하는데 커다란 왜곡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출판계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저자분들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좋은 노래의 작곡, 작사가 신세로 전락시킬지도 모르는 핵폭탄급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전자책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수용해 출판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인터파크도서는 지난달 2일부터 '개밥바라기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남한산성'을 비롯해 최인호의 '산중일기', 정이현의 '너는 모른다' 등 5종의 전자책을 종이책 정가보다 40-60% 싼 가격에 단독 판매하고 있다.
또 인터파크도서 전용 전자책 단말기인 비스킷을 구매한 독자에게는 이 5종의 전자책이 포함된 인기 작가 10인의 대표작 전자책을 무료로 주는 기획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터파크도서 관계자는 7일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이들 작가와 출판사를 어렵게 설득해 전자책 출간을 이끌어냈다"면서 "이런 인기 작가들이 전자책 시장에 동참해 줘야 '전자책은 읽을거리가 없다'는 독자들의 인식도 바뀌게 돼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획행사가 열리는 동안에만 이 5종의 전자책을 한시적으로 단독으로 판매하는 것이며 기획행사가 끝나면 다른 온라인서점 등에서도 판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그러나 "전자책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도 안 된 상황에서 특정 업체에 전자책을 독점 공급할 경우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특히 종이책과 전자책을 막론하고 책은 (모두에게 필요한) 공공재적 특성을 갖고 있는데 독점 공급은 책의 이러한 공공재적 성격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자책 콘텐츠 공급에 소극적인 출판업체들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전자책 콘텐츠가 얼마나 공급이 안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전자책 콘텐츠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은 출판업체들에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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