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위키리크스, 폭로에도 '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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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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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 공개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한 미 정부 문건을 폭로하면서 존재감을 알린 위키리크스는 최근 미 국무부의 외교전문 25만건을 전 세계 주요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는 세계 각국에 파견된 미 외교관들이 국무부와 주고 받은 외교기밀이 망라돼 있다. 사안이 민감한 만큼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 정부도 공개된 문건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공조하고 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사이트 설립자인 줄리안 어샌지는 7일(현지시간) 영국 경찰에 체포됐지만 위키리크스가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기밀 자료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최후의 심판' 파일이다.
 
어샌지가 유사시를 대비해 만든 이 파일에는 관타나모 수용소의 고문 실상과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학살 등 미 정부의 치부는 물론 미국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를 일으킨 영국 정유사 BP의 비리 등 기업 및 경제와 관련한 추악한 진실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후의 심판' 파일은 이미 전 세계 네티즌 수만명이 내려받은 상태로 암호만 공개되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다. 어샌지는 신변에 이상이 생기거나 위키리크스 웹사이트가 폐쇄되면 암호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키리크스가 최근 벌인 사상 초유의 기밀 문건 폭로전은 전 세계 언론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로부터 문건을 받아 공개한 뉴욕타임스와 르몽드, 가디언, 슈피겔, 엘파이스 등 5대 매체의 대응은 차분했다. 수십만건에 달하는 문건의 내용이 워낙 방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대한 파급력을 예상하고 자료 분석에 신중을 기한 탓이 크다.
 
위키리크스로부터 문건을 입수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세계적인 특종을 할 수 있었던 이들 매체는 공동으로 팀을 꾸려 수주일간 자료를 분석하며 보도 수위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보도 방식은 판이했다. 똑같은 외신을 받아 전하면서도 시간 다툼을 하며 한반도 관련 문건의 내용을 선정적인 제목을 뽑아 보도하기에 바빴다. 주목할 것은 어샌지조차도 5대 매체에 문건을 넘기며 언론의 기준에 맞는 보도 수위 조절에 동의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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