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 ‘운명의 날’ 14일…3社3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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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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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운명의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요구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치금 1조2000억원에 대한 추가 소명자료 제출 시한인 14일이 임박한 것.
 
 현대자동차그룹, 현대그룹, 채권단이 각종 소송으로 얽혀있는 상황에서 이날 결과에 따라 현대건설 매각작업은 중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매각 주체들은 상대방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M&A 관계자는 “채권단이 금호사태를 거울삼아 ‘승자의 저주’를 경계하며 현대건설 매각에 나섰지만, 채권단의 무원칙과 불협화음으로 매각작업이 표류하는 이른바 ‘채권단의 저주’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채권단의 저주
 
 가장 난감한 곳은 채권단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모두 채권단에 불신이 팽배한 만큼 채권단의 운신의 폭이 좁다.
 
 채권단은 일단 현대그룹의 소명 제출 여부와 제출된 서류를 살펴보고 MOU 해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며 “사태추이를 살펴본 뒤 채권은행들과 이후의 대응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어떠한 결론을 내린 든 비난을 면키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소송 등을 통해 MOU체결을 해지하라고 압박하고 있는데다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면 현대그룹 역시 법적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이날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현대건설 사태는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며 “채권단이 지금이라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 “과도한 요구지만…”
 
 추가 소명자료 요청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현대그룹도 ‘장고’에 들어갔다. 현재 채권단은 기존 입장에서 ‘대출계약서나 구속력 있는 텀 시트(대출계약 조건을 담은 문서) 제출’이라는 완화된 조건을 현대그룹에 전달한 상태.
 
 현대그룹이 주식매매계약 체결(본계약)까지 성사하기 위해서는 채권단의 요구 사항을 무작정 무시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주식매매계약 체결은 주주협의회 의결권 8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외환은행 23%, 정책금융공사 22%, 우리은행 21% 등 3곳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성사될 수 없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채권단과 현대차그룹이 일반적인 M&A 관례를 벗어나고 있다 점이다. 그럼에도 채권단의 요구에 성실하게 임한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고심의 흔적이 역력했다.
 
 ◆‘역풍’이 무서운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인수 전 초기만하더라도 현대그룹의 공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180도 돌변했다.
 
 현대차그룹은 작정한 듯 현대그룹과 채권단을 향해 연일 강도 높은 공세를 퍼부었다. 심지어 불공정한 매각절차 등을 이유로, 지난 10일 외환은행 실무자 3명과 외환은행을 상대로 민ㆍ형사상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현대차그룹의 압박에 끌려가던 모습을 보이던 채권단 역시 발끈하고 나섰다. 채권단은 현대차그룹이 고발장을 실제 접수하면 입찰확약서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예비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채권단 반발과 함께 여론의 역풍 역시 현대차그룹이 부담스러운 점이다.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자금출처 의혹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본계약까지 진행하는 것은 분명 채권단의 실수”라면서도 “그럼에도 현대건설 매각이 법적 소송으로 번지는 것은 그룹 위상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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