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비 베트남 동화 환율 추이 |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자에서 베트남이 성장의 부작용으로 통화가치 하락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내년 경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5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베트남 신용등급을 ‘Ba3’에서 ‘B1’으로 한 단계 내렸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베트남 통화인 동화(貨)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동안 베트남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캐논이나 인텔 등 다국적기업들을 끌어들이며 중국 다음가는 글로벌 생산허브가 됐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이웃국인 태국, 말레이시아, 한국은 자국 통화가치가 오르는데 비해 베트남은 통화가치가 쉽게 오르지 않고 있다.
이유는 고성장 정책을 내세운 베트남 정부가 지난 몇년동안 직접 대출을 해마다 30% 이상씩 크게 늘리자 막대한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동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베트남 국민들이 동화에 대한 신뢰를 잃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화를 사재기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 동화는 2008년 이후 미국 달러화 대비 가치가 5분의 1 이상 떨어졌다. 암시장에서 달러화는 공식 시세보다 10% 이상 비싸게 거래된다.
베트남 호치민시 중심가인 레러이 거리 귀금속점들은 동화 부담을 덜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국 달러화에서부터 한국 원화까지 팔고 있다.
또 베트남 사람들은 토지 등 값비싼 재화를 살 때 현금 대신 금을 쓰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베트남의 1인당 금 소비 규모는 중국의 10배, 인도의 2배다.
동화에 대한 신뢰 하락에는 베트남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도 일조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베트남 정부가 동화 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도 이미 대부분 써버렸다고 꼬집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베트남의 외환보유액이 권고 수준인 수입대금 3개월 치에 크게 못 미치는 1.8개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최근 베트남 정부의 경제 당국자들은 지난 몇년간 주력해왔던 경제 성장보다 이제는 환율 문제에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으며 베트남 중앙은행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8%에서 9%로 상향했다. 또 금 수출에 10% 세금을 붙이기로 결정했다.
케빈 그라이스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이 내년에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금리를 인상하고 국영 기업의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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