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짝퉁은 엄격히 단속하되 독창성을 가진 짝퉁은 장려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중국에서 짝퉁을 지칭하는 ‘산자이’가 다시금 세간의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바로 단순 모방과 제2의 창조물 사이에 놓여있는‘산자이(山寨)’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산자이란 본래 ‘산적소굴’이라는 뜻입니다. 중국 역사상 산자이는 보통 수호지에 나오는 량산보(梁山泊·양산박)처럼 도적떼(혹은 의적)들이 관군 토벌에 대항하기 위해 산속에 들어가 세운 군사적 요충지를 일컫는 말이지요. 이에 따라 산자이라는 단어 속에는 정부의 통제 혹은 기존의 주류 문화에 대항한다는 뜻이 은연 중에 내포되어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산자이 문화가 바로 이런 길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오리지널(주류)에 도전하는 짝퉁(비주류)을 만들어냄으로써 일반 서민들은 희열을 느끼고 있는 것이지요.
산자이 제품의 시초는 짝퉁 휴대폰입니다. 2000년대 초반 주요 부품만 밀수해서 사용하고 나머지 껍데기는 자체적으로 조립해 짝퉁 휴대폰을 판매하던 중국 공장들이 점차 기술력을 키워 새로운 성능까지 선보이는 ‘짝퉁 아닌 짝퉁’ 휴대폰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이들 산자이 휴대폰은 가격도 진품보다 훨씬 저렴해 한때 저소득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요. 이에 따라 노키아(Nokia) 삼성(Samsung) 아이폰(iPhone) 등과 같은 글로벌 제조업체는 ‘Nckia’, ‘Samsong’, ‘tPhone’과 같은 산자이 휴대폰 때문에 골머리를 썩기도 했습니다.
휴대폰에서 시작한 산자이 열풍은 자동차,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오리지널을 패러디한 산자이 드라마, 산자이 오락쇼, 산자이 모델까지 등장하면서 네티즌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마치 수호지 속의 량산보가 정부 억압에 고통받는 수많은 민초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중국 짝퉁 시장은 규모가 어마어마해 정확한 통계를 잡기가 쉽지 않지만 당국에서는 전체 정품 시장의 10~15%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 2007년 기준 최대 135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산자이 현상에 대해 중국인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산자이 찬성파들은 산자이는‘단순한 짝퉁’과는 격이 다르다며 일종의 혁신활동으로 해석합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끊임없는 모방을 통해 재창조, 더 나아가 기술혁신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일부 글로벌 제조업체는 경쟁력 있는 산자이 제조업체를 찾아내 주문자생산방식(OEM) 거래 등 사업협력을 진행하기도 하지요.
또 산자이를 장려해야 하는 이유로 중국 내 심각한 빈부격차를 꼽기도 합니다. 돈이 없는 가난한 서민들은 비싼 정품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산자이 제품을 구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이는 중국의 빈부격차 해소, 더 나아가 조화로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반대파들은 산업 발전에 손해를 끼치고 국가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산자이를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가짜는 가짜일 뿐’이며 결국은 남이 피땀흘려 쌓은 성과를 슬쩍 훔치는 범죄행위라는 것이지요.
최근 중국 정부가 산자이 제품이라도 창의성이 인정되는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 육성할 계획임을 발표하면서 산자이에 대한 논쟁에 다시금 불이 붙었습니다. 산자이의 양성화는 그동안 회색존에 머물렀던 산자이 제품이 정품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지구촌 G2로 우뚝 선 중국에게 과연 이런 조치가 득이 될지 해가 될지, 궁금증이 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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