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해 절망의 끝에 내몰렸던 한국인들을 치료하는 데 헌신한 올해 102세의 파스쿠토 여사는 지난 17일 성탄 인사차 방문한 주이탈리아 김영석 한국 대사를 만나 주저 없이 한국을 "제2의 조국"이라 부르며 "이제는 한국이 다른 나라를 도와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파스쿠토 할머니는 102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이 목격했던 한국전의 참상을 영어와 불어까지 섞어가며 생생하게 술회했다.
그녀는 43살이던 1951년 10월 이탈리아 의료 지원단의 일원으로 동료 70명과 함께 나폴리 항구를 출발, 한 달여의 항해 끝에 부산에 도착했다.
한국 땅에 첫발을 디뎠을 때 받은 첫인상은 "전쟁 중임에도 활기차게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이었다.
서울 영등포에 병원을 세우고 2년 동안 수많은 한국인 환자들을 돌봤던 그녀에게 한국의 눈부신 성장은 귀국 후에도 큰 자부심이 됐다.
그녀는 한국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화장실 사용이었다며 환하게 웃은 뒤 "천막과 판잣집에서 강추위를 견뎌내며 살던 한국인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는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너무 많아져 낯설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발전상을 볼 때마다 부지런한 한국 사람들에게 결국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에서의 경험이 내 인생 최고의 결정적인 사건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제 한국도 어려움에 직면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내년에 다시 인사하러 오겠다는 김영석 대사를 배웅하면서 자신의 나이를 감안한 듯 "장담할 수 없다"라면서도 오히려 밝게 웃었고, 방문한 일행들의 건강을 비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한국전 당시 총 71명의 의료 지원단을 한국에 파견했으며, 약 4년 간의 의료 활동을 통해 22만여 명의 환자를 돌봤다.
참전했던 의료 지원단 중 현재 5명이 생존해 있으며, 파스쿠토 할머니가 최고령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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