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검찰은 “한씨의 진술만 있는 게 아니라 제3자의 진술이 있고 객관적 증거도 충분하다”며 공소유지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공판에서 한씨는 “억울하게 뺏긴 회사를 되찾고 싶은 욕심과 '협조하지 않으면 또 다른 위험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사건 제보자 남모씨의 겁박 때문에 검찰에서 허위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이어 “수감 중이라 마땅한 거짓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차를 댄 경험이 있는 한 전 총리의 자택 근처 주차장 등에서 돈을 줬다고 진술한 것이며 정치인들이 돈을 달라고 할 때 자주 쓰는 멘트(표현)들을 인용해 모든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말했다.
한씨는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9억원 중 3억원은 한 전 총리의 측근인 김모(50.여)씨에게 빌려 준 것이며, 남은 6억원 중 일부는 자신이 사용하고 일부는 H사에 공사를 수주해 온 사업가 2명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씨가 수사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재차 확인했지만 그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돈을 준 적이 없고 모두 지어낸 얘기”라고 했다.
검찰이 '한(전 총리)'이라고 적힌 회계장부 등을 근거로 추궁하자 그는 “한은 내 성(姓)을 따 내가 사용한 자금임을 알리고자 한 표식일 뿐이며 ('의원''5억' 등이라고 적힌) 채권회수목록도 내가 수감된 뒤 직원들의 추정만으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와 크게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한씨의 진술 번복과 관련해 검찰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수사팀 관계자는 “한 전 총리의 동생이나 측근이 수표 등을 받아 쓴 게 있고, 받았다가 돌려준 것도 있다”며 “모든 게 허위 진술이라고 한다면 이런 부분은 설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한씨가 제보자 등 이해 관계자들과의 채권채무 관계나 회사 경영권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서 기존 진술을 뒤집었는지 등 제반 사정을 따져보고 위증 여부를 판단한 뒤 대응방안을 검토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은 재판을 지켜보자”면서도 “한씨의 주장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장(場)인 사법제도를 왜곡시키는 행위”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 전 총리와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기소돼 이날 법정에 출석했던 측근 김씨는 한씨의 발언 뒤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건설업체 H사의 전 대표 한모씨로부터 3회에 걸쳐 현금 4억8000만원, 미화 32만7500 달러, 1억원권 자기앞수표 1장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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