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자원 앞에선 우방국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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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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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계신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희토류에 일본이 당했다.”

지난 9월 중국과 일본이 이른바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영토문제로 충돌하다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에 일본이 굴복한 사건을 두고 외교가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 간의 충돌에 이어 일본의 중국어선 나포, 그리고 중국 어선 선장 석방을 둘러싸고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치닫던 당시 중국은 일본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희토류’ 카드를 꺼내 일본을 압박했다.

중국이 외교적으로 강력하게 맞서고 있던 일본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희토류라는 강력한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희귀 금속 원소인 희토류는 풍력터빈, 컴퓨터, 휴대전화, 하이브리드 자동차, 미사일까지 첨단기술 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로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97%를 담당하고 있다.

어떤 자원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한 국가의 ‘힘’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석유와 가스, 희토류, 리튬, 철광석 등 에너지 자원과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동에서는 유전과 가스전을 차지하기 위해 각국은 경제적 지원을 앞세우고 뒤에서는 정치적.외교적 압박까지 동원하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자원 보유국들은 주요 자원의 수출을 제한하는 등 자원무기화 조치를 가속화 하고 있다. 2008년 하반기 유가가 급락하면서 완화되는 듯 했던 자원민족주의는 최근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의 자원민족주의는 과거와 달리 자국의 경제적 이익 확대 및 대외 외교력을 강화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원의 국유화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국가간 연대를 통해 공급을 조절하는 등 시장 자체를 지배하면서 가격을 쥐락펴락 하려는 의도까지 드러내고 있다.

자원 보유국들은 투자 부진과 생산 감소세를 만회하기 위해 투자를 유치하되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는 선에서만 개방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대표적인 자원민족주의 국가인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은 세금 인하를 통해 해외 자본 투자를 유인하면서도 확고한 자원 통제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자국의 자원 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자원세를 도입하려는 나라들도 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 5월 자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광물에 대해 초과이윤세를 2012년부터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호주의 초과이윤세 도입 결정에 중국이 가세하면서 자원세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6월 신장지역내 석유와 철광석에 대해 5%의 자원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이어 인도와 브라질, 캐나다, 페루, 칠레 정부도 자원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자원 보유국들의 자원민족주의 확산과 자원무기화 조짐이 가속화되면서 자원 확보가 어려워지자 각국은 국가 존망을 건 자원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대표적인 에너지 자원 포식자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국영기업 주도로 해외자원 개발에 열을 내고 있다. 중국은 2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해외자원을 직접 사들이거나 닥치는대로 자원 보유업체를 인수합병(M&A) 하고 있다.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들은 과거 국제석유회사와 경쟁관계를 보였으나 최근 협력관계로 전환해 공동으로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이 난사군도(南沙群島)와 서사군도(西沙群島)를 축으로 한 남중국해에서 주변국들과 마찰을 불사하면서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도 자원 확보에 목적을 두고 있다.

남중국해가 원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된데다 석유와 각종 원자재의 국제적인 수송로로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미국이 베트남과 사상 처음으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미.베트남 핵협력 카드까지 꺼낸 것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자원독식’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은 아프리카 자원을 놓고도 사사건건 맞붙고 있다.

공격적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있는 중국을 미국은 '부도덕한 유해한 경쟁자'로 규정하고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이 이타적 이유보다는 근본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아프리카에 진출한다는 비방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일본 역시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석유.가스자원 확보에 주력했으나 최근에는 석탄, 동, 아연, 희소금속 등 광물자원 확보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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