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북한과 중국이 양국의 협력을 누차 강조해 오기는 했지만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지난해 10월 방북해 합의한 신압록강대교의 착공마저 늦어지는 터라 나진항 사용협약이 북중 경제협력에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사다.
중국은 두만강 유역을 국제적 물류기지로 개발하려는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두만강) 개방 선도구'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나진항과 청진항을 통한 동해 뱃길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이에 따라 중국은 올해 3월 나진항의 1호 부두 사용권을 확보하는 한편 10년으로 알려진 사용 기간을 늘리고 대형 선박이 오갈 수 있는 대규모 부두 확보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진항에는 1∼5호까지 5개 부두가 있는데 이 중 3호는 러시아가 사용권을 가져간 상태이며 4∼5호는 규모가 작거나 개발이 끝나지 않아 사실상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번 협약을 통해 나진항 부두를 6호까지 늘려 대규모로 개발하고 50년간의 사용권을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창지투 개방 선도구 프로젝트의 핵심인 동해 출로 확보를 상당히 진척시킨 셈이다.
북한으로서도 나진항을 수출 가공과 보세, 중계 무역 기능까지 갖는 국제 물류기지로 합작개발한다는 중국과의 기존 합의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라 나진항 개발에 따른 외자 유치로 국제적인 대북제재 국면을 돌파해 나가는 우회로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1월 라선시를 특별시로 승격하고도 눈에 띄는 개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던 북한은 이번 협약으로 나진과 지린성 취안허(圈河) 사이에 고속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으로 통하는 육로를 확보하고 내부적으로도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했다.
이번 협약의 중국측 주체는 지린성에서 창지투 개방선도구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공사로 전해졌는데, 협약 문서에는 올해 있었던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을 언급하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결국 협약 배경에는 중국 중앙정부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은 양국 정상의 합의사항이라 다소 더딘 측면이 있더라도 반드시 추진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나진항 사용 협약이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 활성화를 예고하는 측면이 있지만, 대중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측면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