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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페리스코프>농부가 수확에 나설 때는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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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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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지 김지성 기자) 이솝우화 중에 ‘보리밭의 종달새’가 있다. 추수를 앞둔 보리밭에 둥지를 튼 종달새가 떠날 날을 가늠하는 이야기다.

그 보리밭의 주인인 농부가 “이웃과 함께 추수를 해야지” 할 때나, “친구들을 불러서 베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을 때는 떠나지 않던 어미 종달새가 “안 되겠다. 우리끼리라도 내일은 추수를 하자”는 농부의 말에 떠난다는 내용이다.

어미 종달새는 “이젠 정말 떠나야겠구나. 남을 믿지 않고 자신이 직접 일을 하려는 걸 보니 틀림없이 보리를 밸 모양”이라고 새끼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어미 종달새는 농부가 제 손으로 자기 일을 하겠다고 나서면 정말 그 일을 할 것이라고 ‘판단’ 한 것이다.

재계의 내년도 정기인사를 살펴보면 가장 큰 특징은 ‘오너의 귀환’이다.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이 출범시킨 새경영진의 면면이 그렇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 체제를 가동했고,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을 승진시키면서 3세 경영구축의 신호탄을 쏘았다. SK 역시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을 그룹 의사결정협의체인 부회장단의 수석 부회장으로 보임해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강화된 오너체제가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미래 성장 동력의 확보’이다.

삼성은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전략실을 복원했다. 삼성전자에서 신사업 발굴을 담당했던 김순택 부회장을 실장으로 발탁해 삼성의 신사업 발굴과 계열사 간 교통정리를 맡겼다.

SK는 그룹내 별도조직이던 G&G(Globa & Growth) 추진단의 위상을 강화해 정체된 성장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신사업 전략실과 유사한 G&G 추진단을 부회장단 직속으로 둔 것은 SK의 미래를 ‘오너’가 직접 챙기겠다는 표현과 다르지 않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 체제에 맞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수세에 몰렸던 핵심사업군에서 선두자리를 꿰차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농부가 제 보리밭을 제 손으로 챙기겠다는 움직임은 우리 산업계의 환영을 받았다. 오너가 신사업 발굴에 직접 개입하게 된다는 것은, 오너경의 가장 큰 장점인 ‘과감한 투자’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대기업들의 선제적 투자는 여타 국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시키는 경향이 있고, 이들과 연계된 중소제조업체들의 돈(?)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기업들이 ‘내년 설비투자를 6.1% 늘릴 것’이라고 조사결과를 밝혔고, 잡코리아는 내년 대기업 채용이 전년 대비 6.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우리 산업계에 기대를 걸 수 있는 전망이라 반갑다. 다만 한 가지 우리 산업계가 기억해야하는 것은 ‘보리밭의 종달새’ 우화에서 주인공은 ‘농부’가 아니라 ‘어미 종달새’라는 점이다. 교훈도 떠나야 할, 적절한 때를 파악한 어미 종달새의 ‘상황판단’에 있다.

내년 글로벌 경쟁에 임하는 우리 산업계 역군들의 현명한 판단과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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