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6개 상장 계열사 지분 80% 가까이를 담보로 잡히고 차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 측 지분에 대한 주식담보대출 비율이 재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만큼 재무구조 악화시 지배구조 위협 가능성도 있다고 증권가는 분석했다.
28일 금융감독원ㆍ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김 회장은 한국증권금융과 대출계약을 맺으면서 동부화재 주식 87만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계약일과 공시일은 각각 15일과 21일이다.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동부화재 지분에 대한 주식담보대출비율은 이번 대출계약으로 100%에 가까운 97.73%에 달했다.
전달 말 기준 80.38%보다 17.3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김 회장은 14일에도 프라임상호저축은행에 동부화재 주식 10만주를 담보로 대출받았다.
동부그룹 6개 상장 계열사 가운데 김 회장 측 주식담보대출 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는 동부건설과 동부씨엔아이(CNI)다.
김 회장은 동부건설 보유 지분 238만9521주 전량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
동부CNI 지분도 마찬가지로 모두 담보로 잡혔다.
김 회장은 동부하이텍과 동부제철, 동부증권 보유 지분에 대해서도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맺고 있다.
6개 상장 계열사 지분 가운데 79.77%가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공기업을 제외한 45개 대규모기업집단(대기업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오너가 개인적으로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뿐 아니라 아들인 남호씨와 여타 특수관계인도 동부건설, 동부정밀화학, 동부CNI를 비롯한 상장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차입을 확대하고 있다.
오너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6개 상장 계열사 지분을 모두 합칠 경우에는 62% 이상이 현재 담보로 제공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이번에 주식담보대출을 확대한 동부화재만 보면 김 회장과 특수관계인을 합친 지분 가운데 81.70%가 담보로 잡혀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주식담보대출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재정적인 부담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상장 계열사 가운데 동부하이텍과 동부건설 부채비율은 9월 말 현재 모두 230%를 넘어서고 있다.
동부CNI 부채비율은 190% 이상이다.
동부그룹은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면서부터 자금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업체인 동부하이텍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동부그룹은 최근 금융권에 동부메탈 지분 인수를 요청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