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일 대표는 29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 자본잠식에 따른 액면감액(감자)결정 등 재무구조 개선 추진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사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재무구조 개선 대책으로 상정한 액면감액안(5000원→500원)와 정부 일분 변경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등을 최종 가결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동양메이저의 감자 결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구체적인 경영 계획과 목표를 제시하라고 전 대표에 요구했다 이같은 주장이 계속되자 전 대표는 “주주들에게 미안하다”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 대표의 사의 표명은 회사 관계자들도 모르고 있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전 대표가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퇴까지 결심하신 줄은 몰랐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전 대표가 그룹 모태인 동양시멘트를 비금융부문의 성장축으로 육성하라는 현재현 회장의 특명을 받고 CEO직을 맡은 만큼, 갑작스러운 그의 사의 표명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 대표는 동양종합금융증권 사장을 지내면서 종합자산관리 분야에서 업계 선두권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 회장은 이 점을 고려해 동양시멘트의 구원투수로 그를 지목, 지난 4월 동양메이저·동양시멘트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전 대표는 이후 ‘에코노지(Econergy)’ 전략을 제시하며 동양그룹의 비금융사업부문 재도약을 이끌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에코너지는 `환경`과 `에너지`로 미래기회를 선점하겠다는 동양그룹의 신성장 전략의 화두다.
만약 전 대표가 퇴임이 확정된다면 동양그룹의 미래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전 대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날 임시주총에서 “새로운 화두만 던져 놓고 물러나게 돼서 죄송하게 생각하다”며 “후임자가 내가 던진 화두를 잘 마무리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 대표가 그룹 초고위층과 마찰로 사퇴를 결심한 거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전 대표가 지난 17일 부산에서 소액주주대표들과 만나 △유상증자 금액 상향 조정 △소액주주대표 사외이사 선임 △동양메이저 액면병합 금지 등 6개 조항에 합의했지만, 그룹 고위층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전 대표가 최근 감자 문제로 고심을 거듭했다”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 대표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정기주총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감자 등 부의안건에 대해 반발하던 주주들도 “ 주주가 허락하지 않으며 사의는 안 된다. 이는 주주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동양메이저 소액주주협의회 박정제 회장은 “자본잠식은 전적으로 전임 경영자들의 책임”이라며 “ 전상일 대표를 중심으로 동양메이저 임직원들은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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