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권단체가 운영하는 중국어 인터넷사이트인 보쉰(博迅,www.boxun.com)에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3시)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를 비롯한 중국 전역의 27개 도시(홍콩 포함)에서 두 번째 집회를 열자고 통보됐으나 집회 예상 개최지를 중국 공안이 물샐 틈 없이 차단하면서 어느 곳에서도 집회는 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집회는 베이징과 상하이 외에도 광저우(廣州), 톈진(天津), 시안(西安), 청두(成都), 하얼빈(哈爾濱), 창춘(長春), 선양(瀋陽), 난징(南京), 항저우(杭州), 우한(武漢), 창사(長沙),라싸(拉薩), 우루무치(烏魯木齊), 지난(濟南), 정저우(鄭州), 푸저우(福州), 선전, 칭다오(靑島), 구이양(貴陽), 난닝(南寧), 다롄(大連), 지린(吉林), 충칭(重慶), 타이위안(太原), 홍콩 등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됐었다.
베이징에서는 지난 20일의 1차 집회 예정지와 인접한 왕푸징(王府井) 거리의 KFC 매장 앞이 집회 예정지로 예고됐으며, 상하이시의 경우 1차 집회 때와 같은 인민광장(人民廣場) 평화극장 앞이 집회 예정지로 지목됐다.
그러나 베이징 왕푸징 거리는 이날 오전부터 정ㆍ사복 차림의 공안 병력이 촘촘하게 깔려 집회 개최를 차단하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특히 오후 2시가 다가오면서 검문검색을 강화했고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포함한 서방 취재진이 KFC 매장 등으로 몰리자 공안이 다가와 귀가를 종용했다. 중국 공안은 아울러 카메라 등으로 거리 상황을 스케치하던 취재진 수십명을 연행해 조사를 거친 후 풀어주기도 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살수차와 대형 트럭 등도 왕푸징 거리에 대거 배치한 모습도 목격됐다.
상하이에서도 집회 예정일 하루 전부터 시내 전역에 공안의 경비가 강화됐으며, 특히 집회 개최 가능성이 큰 평화극장 주변에는 정ㆍ사복 경찰 수십명이 배치됐고 경찰차가 극장 주변을 수시로 순찰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교도통신과 블룸버그 등 일부 외신은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각각 최소 2명, 7명의 사람들이 공안에게 체포됐다고 보도했지만 이들이 구호를 외치는 등 시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지난 25일 북경일보(北京日報)에 외신기자들도 취재시 3일 전에 당국의 허락을 받으라는 통지문을 포함해 이른바 가이드라인을 공표했으며, 26일에는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포함해 외신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중국 법규 준수를 요구했다.
또 궈진룽(郭金龍) 베이징 시장은 시 공무원들에게 "공안과 관련한 상황을 잘 챙기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집회가 예정됐던 도시에서는 공안국과 더불어 시 당국이 나서 집회 개최 차단에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중국 공안당국은 텅뱌오(騰彪), 장톈융(江天勇), 쉬즈융(許志永) 변호사를 비롯한 반체제 인사 및 인권운동가 최소 70∼80명에 대해 가택연금 또는 격리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이날 웹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대화에서 "보다 공정한 소득 재분배와 인플레이션 억제, 부정부패 척결과 사회문제 해소 등에 역점을 두겠다"며 "일반 인민에게 혜택을 주는 경제정책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원 총리의 이런 언급은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나흘 앞둔 상황에서 아프리카와 중동 민주화 시위에 영향을 받은 '시위성 집회'로 민심이반 현상이 생기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석됐다.
중국 당국은 이와는 별도로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는 악명으로 유명한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가동해 재스민을 뜻하는 중국말인 '모리화(茉莉花)'나 'jasmine' 같은 민감한 단어들의 검색을 차단하고 있으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존 헌츠먼 주중 미국 대사의 이름이 검색 금지어로 지정하는 등 물리력도 행사하고 있다.
이날 중국 내 27개 도시에서의 동시다발적인 집회 개최를 예고했던 사이트인 보쉰도 인터넷 공격으로 운영이 불가능한 지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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