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형태 '거친 호흡' ..이상국화백 개인전

  • 가나아트센터 16일~4월 3일까지

절제된 조형언어와 투박한 질감으로 시대의 모습을 그려온 화가 이상국의 개인전이 16일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암으로 투병중인 화가는 붓을 놓지 않았다. 서울옥션 이호재 회장과 90년대 이어진 인연도 끊어지지 않았다. 투박한 작품처럼 질긴 인연이 10년만에 다시 펼쳐진다.

특유의 절제된 형태와 거친 호흡으로 한국의 서정성을 표현해오고 있는 이상국(64)화백의 개인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6일부터 열린다.

이번 개인전은 몇 년간의 투병생활로 인해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던 그의 유화작품을 2000년 개인전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자리다.
1977년부터 2011년까지 지난 40여년 간 작업해 온 회화와 목판작업을 아우르는 회고전과 같은 성격의 전시다.

■구축과 해체의 고집스러운 반복: 이상국의 회화 40년

"80년대까지 나는 그림을 집 짓기처럼 구축해가는 과정으로 생각했지요. 그런데 최근 작품들, 특히 풍경화는 해체되는 방식으로 그리고 있어요. 철거된 산동네 그림도 그런 식이지요. 그런데 그런 해체과정에서 가슴 아픈 느낌과 동시에 어떤 새로운 에너지, 기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맹인부부가수 II, 78x56cm, 마포에 혼합, 1979
이상국은 자신의 소재적, 조형언어의 변천을 구축과 해체의 변증법적 개념으로 설명한다.
1970 - 80년대에 그는 달동네, 공장지대, 서울 인근 산들을 모티브로 당시의 암울했던 사회상을 드러냈다면, 1990년대에 들어서 지금까지 산과 바다와 같은 자연풍경으로 집중, 추상화된 형태의 작품을 담아내고 있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한 소재적, 조형적 변모는 이상국에게 있어 기존 작업경향에서의 이탈이 아닌, 작가로서 한평생 고집해 오던 ‘삶’이라는 화두의 연장선이며, 조금 더 근본적인 가치-정신, 질서, 혼, 영원-로의 지향으로 이야기될 수 있다.

해체와 재구성의 반복적 작업을 통해 그려내는 풍경과 대상들은 구체적인 형상이 사라진 채 기본적인 골격만으로 캔버스 위에 존재한다.


■ 1990 - 2000년대: 삶의 근원으로의 회귀,
“나는 가끔 외로움에 울고 싶어질 때가 있다. 가을해 저녁놀이 마지막 휘황함을 발할 때, 높은 빌딩 사이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빛, 그 햇빛 사이로 어둠에 서서히 먹혀 들어 가는 회색 벽, 그러한 것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 그렇다. 자연을 그리면서도 내 시대를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상국은 90년대 들어 소재면에서 구체적인 현실보다는 산, 나무 그리고 바다와 같은 자연풍경에 집중한다. 조형적으로는 더욱 더 추상화된 작업경향을 보여준다. 

홍은동에서, 80x100cm, 캔버스에 유채, 1994

수 년간 반복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나무로부터>, <산으로부터> 시리즈에서 보여지듯, 그의 자연은 구체적인 구상이 사라지고 골격만 남은 듯한 모습으로 캔버스에 존재한다.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오늘의 나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현실로 되돌아와, 나 자신을 인식하고 확인하는데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 정말 나는 나 자신을 온통 벌거숭이 만들어 표현하고 싶었고, 울고 싶도록 깊숙이 파고드는 외로움을 그리고 싶었다. 그리하여 오늘을 사는 다정한 이웃과 성실한 이웃, 외로움을 아는 이웃, 슬픔을 함께 나눌수 있는 이웃과 오늘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녹록치 않은 현실을 인식하고 시대의 우울을 함께 했던 작가는 이제 삶의 근원으로 회귀해 추상화된 자연을 통해 조금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굵고 거친 선과 제한된 색을 통해 단순화된 자연풍경-바다, 산 그리고 나무들은 강렬한 리듬으로 생동하는 기운으로 다가온다. 전시는 4월 3일까지.(02)3217-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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