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대란, 가계부채, 전세 값 폭등으로 인해 서민 경제는 허리가 휘다 못해 파탄 날 지경이다. 여기에 구제역 사태, 과학비즈니스벨트, 신공항 문제 등으로 영.호남간 갈등이 충청권과 타 지역 간 이어 영남내 갈등으로 번져 정국이 갈기갈기 찢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정치권 어디 곳 하나 속 시원하게 대안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 대안 제시는 고사하고 국민의 경제나 삶의 질과 관계없는 정치적 이슈만 생산해 내 힘든 국민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의 민생문제가 이제 심각한 국면을 넘어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전세 값 폭등은 정부의 대책을 비웃으며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전세대란 앞에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4.5%급등해 2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여기에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르는 가계부채도 있다. 가계부채는 빠르게 늘어나 2010년 말 800조원에 육박했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는다, 가계부채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데 심각성은 더 크다.
또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구제역 사태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현 정부의 관리실패로 확산된 구제역은 이제 매몰지에서의 환경재앙에 대한 심각한 우려로 발전하고 있다. 또 신공항,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 문제도 심각하다. 이로 인해 영남권은 두 조각났고 충청권은 세종시 정국의 재연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 상반기에 이 두 가지 문제를 정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문제 어디하나 간단치 않다. 청와대는 이미 갈등 사안들을 조정할 능력을 상실한지 오래이다. 이처럼 각 분야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민생현안들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마다 뒤늦게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도 청와대나 정부의 입장에서 한 치 차이도 안 난다. 더나가 스스로 무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여당인 한나라당은 민생에 대해 고민하거나 준비하는 것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여권 핵심부는 극소수의 관심사인 개헌논의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반감을 자초하고 있다. 친박근혜와 야당이 모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정략적인 개헌논의를 시도하는 모습은, 민생위기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집권세력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놓고도 여당은 당론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지역구에 따라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놓고 있어 이를 보는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는 무능한 여당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야당인 민주당도 여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와 여당이 잘못하면 야당은 지적과 함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럴 때 국민은 야당의 필요성을 느끼고 찬사를 보내게 된다. 이를 통해 야당 존재의 가치를 충분히 각인시키게 되며 이로 인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까지 마련될 것이다.
그런데도 현 야당은 어떠한가. 지난 과거에 사로잡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당이 한 예산안 강행 처리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민 경제의 파탄과 우리 사회의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 것보다 사과 받는 것이 우선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권에 여당인 한나라당은 국민의 삶에 대해 전적으로 정부에 맡긴 채 손을 놓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야당도 있는 것 갖지 않다”. “야당이 강할 때 여당도 살아나고, 여당이 강할 때 야당도 살아 날 것이다”. 이는 한나라당의 한 중진 국회의원이 필자와의 대화에서 ‘정치권의 실종 아니냐’는 지적에 답한 내용이다.
이 중진 의원 말처럼 지금부터라도 한나라당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경제 살리기 위해 밤 새워야 할 것이다. 야당도 이런 정부와 여당을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만이 진정으로 국민을 보고 정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양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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