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할인체제에서 팔면 손해인 정유사가 가급적 안 팔려고 하는 바람에 대리점과 주유소는 재고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의 기름값 '100원 할인 정책'이 다음달 6일 종료되면서 대리점 및 주유소는 기름 저장탱크를 미리 채워놓기 위해 재고 전쟁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유사가 기름값 할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급을 제한하고 있어, 물량확보 역시 갈수록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서울 소재 한 주유소 사장은 "유류세 변동이 없다면 지금부터 가격인하 종료시점까지 최대한 재고를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지금 재고를 확보치 못하면 7월부터는 인근 주유소와의 가격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CEO 역시 "월말 가서 채우려면 너무 늦을 것 같아 지금부터 미리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유사의 '짠물정책'도 재고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정유사들은 할인기간 중 유류 수급량과 공급가격 이면할인 규모를 동시에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100원 할인 부담이 큰 정유사는 비정유사 계열 대리점과 주유소에 대한 물량공급부터 기술적으로(?) 줄이고 있다. 또한 이달 들어 대리점과 주유소에 적용하던 공급가격 이면할인 수준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정유사의 기름 배송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국제유가가 떨어져 재고를 적게 유지하던 주유소들이 최근 한꺼번에 주문하면서 수급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으나 주유소 관계자는 "적게 팔려는 꼼수"라며 불만을 토해냈다.
주유소 업계는 정유사의 수급차질과 이면할인 감축 등으로 다음달 6일까지 대리점과 주유소의 재고확보 전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주유소 및 대리점 업계에서는 국내 정유4사 중 수급 차질이 가장 심한 곳으로 GS칼텍스를 꼽았다. GS칼텍스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직영주유소가 지역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해 인근 자영주유소와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주유소 업계는 저가판매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GS칼텍스가 수급차질을 자초한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GS칼텍스는 그동안 직영주유소에 유류를 저가로 집중 공급함에 따라 최근에는 수급차질로 일부 직영점의 경우는 아예 공급을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