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미술경매시장 이끄는 이학준 서울옥션대표 "19일 국내 첫 건축물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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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0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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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준 서울옥션대표가 한국미술시장 규모가 커지려면 기업이 미술품을 살수 있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디./사진=유승관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이번 건축물 경매가 성공한다면 하반기에 바로 2탄,3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산업화시대 개발의 논리를 떠나서 이제는 건축물도 예술적 가치를 다루는 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정착되어야 할 시대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 유명 건축가의 건축물들이 경매회사를 통해서 그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미술시장이 더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흥분되고 설레는 일입니다.”

지난달 29일 서울옥션이 중개자문한 한국미술관이 오는 19일 서울옥션경매장에서 입찰경매가 진행된다. 추정가 300억이상을 써내야 하는 이 경매에는 현재 5명이 경쟁하고 있다.

김중업이 설계한 가회동 한국미술관은 대지면적 1233㎡에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진 3층짜리 건물이다. 김중업의 초기 건축세계를 보여주는 몇 안 남은 건축문화유산으로 고구려의 호방한 스케일과 날카롭고 부드러운 선을 표현의 미가 돋보인다. 법원 경매가 아닌 미술경매로 대형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은 국내 첫 시도다.

1967년 준공된 한국미술관은 당시 주한 이탈리아대사관이 임대해 썼고 83년 한국미술관이으로, 10년전부터 가정집으로 살고 있다. 집주인은 "리노베이션은 할수 있지만 원형의 정체성은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서울옥션에 의뢰했다.

경매가 성사되면 서울옥션은 국내미술시장의 역사를 또 새로 쓰게 된다. 국내 최초 미술품경매사(1998), 국내 최초 미술품 코스닥 상장사(2008), 국내 경매 최고가 기록 (45억2천만원 박수근 빨래터·2007)등 국내 미술시장의 첫 신기록을 쓰고 있는 서울옥션의 수장은 이곳에서 잔뼈가 굵은 이학준(46) 대표이사다.

6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에서 만난 이 대표는 “미술경매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김중업 건축물 경매를 시도할수 있어 재미있고 자긍심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현재 서울옥션 대표로서, 서울옥션이 잘 되는 것과 한국미술시장이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를 찾는게 최고 목표“라고 했다.

미술엔 문외한이던 아르바이트생에서 국내 미술시장을 이끄는 대형 경매사 대표로 성장한 그는 "현재에 충실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일을 즐긴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분명 성과를 낼수 있고 그 분야에서 스스로를 증명해보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에서 서울옥션 대표로

대학 3학년이던 89년, 지인의 소개로 들어오게 된 가나화랑(현 가나아트센터.서울옥션 모회사)에서 영어 통·번역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미술과 인연이 시작됐다. 그때 만난 이호재 회장은 그의 "인생 멘토”가 됐다. 가나화랑과 서울옥션을 설립한 이회장은 '미술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린다.

경제학(고려대)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가나화랑 국제파트에 정식 입사했다. 친구들이 금융업계나 대기업으로 들어갔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미술이 미래산업으로 부가가치가 될 것이라고 예감했고 생각은 적중했다. 10년간 전시ㆍ판매하는 일을 했다. 이미 20여년전 재스퍼 존스(1991년), 로이 리히텐슈타인(1991년), 게오르그 바젤리츠, 장 드뷔페, 조르주 브라크등과 해외유명 현대 미술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국내 작가들을트바젤(스위스), FIAC(파리) 등 국제아트페어 참가를 주도했다.

“당시 국내 대기업의 미술품 에이전트를 하면서 소더비, 크리스티 등 해외경매에서 그림을 사고파는 거래를 하면서 경매에 대한 감을 키운게 평생의 자산이 됐습니다."

화랑에서 일한지 10년후인 98년, 그는 서울옥션 창립멤버로 국내미술경매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등공신이 됐다.

“IMF가 터지고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그림을 팔아달라고 하는데 현금화되지가 않았어요. 그림을 쉽게 살 수는 있는데 팔 수 없는 상황이었죠. 이중가격이 형성되고 불신으로 미술시장이 올스톱됐습니다. 당시 가나화랑 현대화랑 선화랑, 컬렉터 몇분이 모여 우리나라도 경매사를 차릴때라며 뜻을 모았죠. 그렇게 서울옥션이 탄생하게 됐는데 경매를 경험해본 사람이 없었어요. 당시 소더비 크리스티하고 거래를 하고 있던 제가 이사로 취임하면서 경매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을 맡게 된거죠."

초기 99년 첫 경매에서 불과 1억여원의 낙찰총액을 보이던 서울옥션은 2007년 한해 1000억원을 기록하는등 국내미술시장 첫 기록을 잇따라 세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부작용도 많았다. 거래가 늘면서 화랑이 세운 옥션사라는 지탄을 받았고 위작 의혹에 시달린 불명예까지 안았다. 이 모든 정점에 이대표가 있었고 국내 미술시장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득했다.   서울옥션에 입사한지 10년, 그는 2008년 10월 서울옥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그해 7월 코스닥상장이 된후 3개월만이다. 

 그는 지난해 다시 재임에 성공했다. 정직과 신뢰는 그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미술시장 침체기를 벗고 한국미술이 발전하려면 박수근 이중섭등 근대미술품을 문화재로 지정, 
소장가들에게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사진=유승관기자

■ "한국 미술발전하려면 기업에 세제혜택 줘야"

"한국미술이 발전하려면 기업과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컬렉션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중국이 세계미술시장 1위로 올라서는등 해외 미술시장이 되살아나는데 국내 시장은 침체기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미술품사건 영향도 있지만 이대표는 "개인구매가 85%인 상황에서 기업들이 미술품을 사야하는 시장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비자금 창구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데 기업이 미술품을 살수가 있겠습니까? 세제 혜택이 있어야합니다. 기업들이 소장품을 기증할때도 세액을 공제해줘야 합니다. 낼 세금에서 환산해줘야합니다. 기업들이 깨끗한 돈을 미술시장에서 쓸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게 제 입장입니다."

그는 기업 미술품컬렉션이 많은 선진국의 사례를 들었다. 스위스의 대표적 금융그룹인 UBS의 3만5천점에 이르는 소장품과 본사에 야외조각공원을 운영하는 펩시코를 설명했다. 자코메티,칼더,헨리 무어등 20세기 세계적인 조각가의 작품들이 있다며 자랑스러워하는 직원들이 부러웠다고 했다.

"미술품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돈이 너무 많아서 럭셔리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국내 미술시장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시장이 없으면 해외에서 인정받을수 있겠습니까. 이젠 입체적으로 접근할때입니다. 시장위주로만 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봅니다. 정부에서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등 근대미술을 문화재로 지정해야 합니다. 소장가들도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다는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2만달러 시대에 미술을 문화산업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세·제약을 하는 것은 문화를 산업으로 보지 않는것"이라며 "미술은 문화를 아이템으로 하는 디자인,건축,영화,패션,게임과 연결되어 있어 창의 산업으로 진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표는 "영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이던 97년 데미안 허스트를 정점으로 한 yBa(young British artists)들은 세계적인 작가가 됐고 런던은 세계 미술시장의 한 축이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회복은 우리가 한국 미술에 대해 얼마나 자긍심을 갖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하반기 국제시장에 진출한 이우환화백의 작품이 해외 경매시장 이브닝세일에 나오고, 로컬시장에서 5인방으로 불리는 이대원 이우환 김종학 오치균 사석원화백의 낙찰여부가 미술시장의 관전포인트입니다."


서울 평창동 고급주택가가 한눈에 보이는 가나아트센터 까페옥상테라스에서 이학준 대표가 포즈를 취했다./사진=유승관기자

서울옥션은 현재 이호재회장과 투톱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회장이 신규사업에 치중한다면 이대표는 기존사업을 유지하며 온라인-자선경매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한해 500억~600억을 움직이고 '경매가 대세'지만 신규 고객확보는 숙제다. 온라인 세상에서 SNS를 적극 활용한다. 페이스북 팔로우 1만8000여명은 모두가 잠재고객이다. 저걸 왜 저렇게 그렸지?하는 장벽을 무너뜨리기위한 시도로 트위터에서 젊은작가와의 대화시간을 마련했다. 이대표는 "그림을 이해하고 납득하면 컬렉터가 될 수 있다"는 지론이다.

연예인과 함께 하는 자선경매도 미술이 세상에 긍정적이고 행복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위해서다. 또 소외된 지방 고객을 위해 프리뷰를 동시에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최근에는 낙찰가의 80%에 되사준다는 파격적인 마케팅도 선보였다.

“국내에 1억원 연봉자가 20만명인데 이들 중 미술품을 사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00명에 불과합니다. 시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것 아닙니까."

매사 긍정적인 그는 상반기 낙찰률도 올라가고 고가낙찰이 이어져 올해 흑자전환을 이뤄낼 거라고 자신한다. 지난달 29일 연 제 120회 경매는 출품작 160점 중 123점을 팔아 낙찰률 77%(낙찰총액 63억원)를 기록했다. 첫선을 보인 기획 경매 ‘Unveil’의 낙찰률은 86%까지 치솟았다. 하반기 첫 메이저경매는 9월 중순경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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