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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영화 ‘짐승’은 인터넷포르노방송 조직에게 납치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한 한 남자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다. 실제 특수부대 출신이자 가수 백지영의 애인으로 화제를 모은 배우 정석원의 사실적인 액션이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이라크 파병을 앞둔 해병대 수색대원 태훈(정석원)이 레이싱모델로 활동 중인 동생 보라(이나리)가 어느 날 납치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자신의 부대로 면회를 온 친구 오탁과 보라의 모델 선배 세연(전세홍)이 보라가 출연하는 인터넷 동영상을 보여 준 것.
휴가를 내고 보라를 찾아 나선 태훈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뜻대로 움직여 주질 않자 직접 동생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포르노동영상 조직들을 추적하면서 태훈의 맨몸 액션이 폭발한다.
영화는 8000만원의 제작비가 말해주 듯 기존 상업영화의 잣대로는 크게 부족하다. 하지만 순수하게 액션 장면과 스토리의 구성은 물 흐르듯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단계별로 감정을 폭발해 나가는 정석원의 맨몸 액션이다. 제목처럼 ‘짐승’으로 변해가는 정석원의 발차기와 주먹질은 폭염을 풀어줄 냉수처럼 시원스럽다. 배우들 간의 짜여진 ‘합’이 아닌 이른바 막싸움식 액션도 눈길을 끈다.
‘짐승’의 미덕은 이미 예상된 결과로 흘러가는 스토리다.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풀어줄 호쾌한 액션으로 예측 불가능한 결말의 긴장감을 대신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액션에 집중한 탓인지 배우들의 세밀한 연기는 떨어지는 수준이 크다. 국어책을 읽는 듯한 대사 전달과 감정 표현은 단순한 연기에 그친다는 인상이 역력하다.
황유식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에 공식 초청됐다. 개봉은 오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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