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달콤한 욕망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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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2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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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영(미디어 작가겸 출판사 대표)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화나 방송 등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광고주들의 직간접적으로 제작비 지원을 받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거니와, 새삼스럽게 요즘 들어서는 스폰서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드러나 보인다.

PPL(Product Placement) 광고의 수위가 갈수록 노골적으로 변하고있다. 전에는 광고주의 제품들이 사용되더라도 컨텐츠 내용의 전개에 맥을 끊지 않는 선에서 비교적 조용하게 등장했다면, 이제 많은 경우 카메라 연출이 의도적으로 특정상품 및 그 브랜드를 극대화하고 시청자들의 기억에 분명히 남을 수 있도록 촬영편집을 한 제작진의 노골적 태도가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

그래도 예전에는 본 제작물의 내용과 광고물의 내용은 분리되어 있어서 컨텐츠 앞뒤로 CF 광고가 자리를 잡아, 아주 직접적으로 본 제작물 내용을 침투하고 침해하지는 않는 예의를 지키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그러나 극에 달한 자본주의가 조장한 소비만능주의는 이런 최소한의 예의도 더 이상 존중하지 않는다.

이러한 궤도적 흐름의 선구적인 자세를 보이는 미국의 방송 프로그램들을 보면, 토크쇼에서 이야기하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한 토막을 할애하여 프로그램 진행자가 직접 광고주의 제품을 들고나와 이를테면, “이 섬유유연제가 얼마나 향기롭고, 부드러운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을 한다.

또는 스폰서가 후원한 내용을 다룬 후 당사의 제품들을 방청객에게 모두 무료로 선물하면서 광적으로 좋아하는 방청객들로 흥분한 광고효과를 노린다. 그리고 본 방송도 토막으로 나누어 막간 CF 들도 자주 나가는 등 지금 우리의 방송에 비하면 그 수위가 더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징후들을 근래에 많이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 등에서 방송 내용 중에 대놓고 광고의도를 내보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돈을 댄 광고주들에게 섬세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감각적으로 당사 제품을 하이라이트 해준다. 그리고 자극적이고 감각적 흥분에 약하고 소비만능을 신봉하는 많은 오늘의 대중들은 광고주-제작자-소비자 삼위일체 삼박자에 맞추어 홀린 듯 욕망의 지갑을 열어댄다.

그러다 보니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 PPL 마케팅을 하는 회사는 소위 대박을 치기도 한다고 한다. 얼마 전에 방영했던 한 드라마에서 한 비타민 음료의 간접광고로 인해 제품의 판매량이 40% 가까이 상승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경우는 각본 상으로도 주인공이 이 음료의 모델로 등장하는 면밀함과 함께 제품을 노출하는 촬영편집방식이 기존 CF 연출에 흡사하게 접근하는 등 시청자들에게 침투하려는 자세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라 하겠다.

이러한 감각적 마케팅에 많은 소비자들이 “빨간 단 물”을 그렇게 많이 사 마셨다고 하니, 미디어가 주입하는 달콤한 욕망의 유혹은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이러한 감각적 영향력에 쉽게 흥분하고 매료되는 많은 이들을 보면 흡사 무엇인가에 홀려 더 이상 이성적 사고를 멈추고 가치판단도 욕망의 이미지를 숭배하는 맹신도 같아 안타깝지만, 이러한 현상이 환경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앞에서 언급한 PPL 음료에 회자되는 주인공 배우는 실제로 많은 광고에 출연하는 인기 CF 스타이다. 예전에 이 배우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에서 그가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정을 연기하며 회한과 아픔의 눈물을 쏟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연기의도는 분명 슬픔의 클라이맥스가 분출되는 장면이었을 텐데, 내 눈에 눈물이 고일 준비도 되기 전에 내 머리 속에는 “~~고추장!”이라는 CF송 멜로디가 들리면서 순간 영화의 슬픈 장면은 코믹한 절규를 하는 고추장 코믹광고 한 장면으로 치환되고 마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러한 언급을 하는 것은 특정 배우나 제품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처럼 우리 뇌에 각인된 시청각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으며 은연중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오늘과 같은 자극적 감각적 광고 홍수 속에 산다는 것은 당장 물건을 좀더 팔고 안 팔고의 직접적 결과 만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 삶의 가치관에 그리고 우리가 사유하는 방식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코 앞의 이익을 위해 지나치게 서로의 영역을 침범 하거나 침범 당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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